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현실과 기업 내재가치를 간과한 채 무리한 속도전에 치중해 법적 분쟁과 시장 혼란 등 제도적 역풍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신속 퇴출 정책이 단기 주가 왜곡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의 소명 기회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총을 퇴출 요건으로 고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기준 상향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고 짚었다. 엄 연구원은 "개정이 급격히 추진된 것은 주가가 항상 기업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 조치"라며 "단기 주가는 내재가치와 무관한 외부 요인으로 폭등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연구원은 시총과 주가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최소 3년 등 일정 기간 기준에 미달하는 매출액이나 영업손익을 형식적 퇴출 사유로 삼아야 한다"며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본질이고 주가는 후행하는 결과물인데 현 규정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꼬집었다.
사법적 판단 기준의 모호성과 규제 일관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규제학회장)는 "판결 기준이 기업 입장에서 실행하기 너무 어렵거나 판사마다 해석이 달라 일관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나 사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양 교수는 거래소가 판결에 따른 조치 근거를 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요건 정립을 주문했다. 그는 "기업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어떤 조건으로 재판을 가고 무엇을 중점 심리하는지 명확해야 한다"며 "정부 가이드라인과 함께 관련 판결이 누적돼 판례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입 장벽을 방치한 채 퇴출만 서두르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기조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법리적 검토 없이 막가파식 상장폐지로 밀어붙여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상장 1년 만에 목표치 미달률이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퇴출만 밀어붙이면 증권사와 거래소만 수수료를 챙기고 개인투자자만 독박을 쓴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껍데기만 보고 허술하게 상장시키는 관행을 근절해 부실 상장을 억제해야 한다"며 "상장 심사를 엄격하고 과학적으로 진행해 적절히 상장시키고 적절히 퇴출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며, 개인투자자에게 일방적 손실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속도전 대신 정교한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