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유로 긴축 예산안, 야당 반발에 난항
물랭 “ECB 개입보다 재정 건전화가 먼저”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앙은행 수장도 정부와 의회에 조속한 재정 건전화를 촉구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엠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인터뷰에서 재정 건전화에 나서지 않으면 금리 상승에 국가 재정이 심각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채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면 지출 삭감과 재정적자 축소를 담은 예산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랭 총재는 “프랑스는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의 그리스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제안한 대로 지출을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예산안을 올해 통과시킨다면 시장은 이러한 구체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에 안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금리 상승에 서서히 목이 졸릴 위험이 실제로 있다”면서 “우리의 운명은 계속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주 430억 유로(약 65조원) 규모의 지출 삭감과 증세를 담은 긴축 예산안을 제시했다.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정부가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연금 급여의 물가 연동 자동 인상 폐지와 공무원 급여 부분 동결 등 반발이 큰 조치를 둘러싸고 야당과의 충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채ㆍ회사채 발행이 최근 글로벌 채권 금리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프랑스는 재정적자 우려와 예산안 공방, 내년 대선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전쟁 이후 주요 7개국(G7) 중 국채 금리 상승 폭이 가장 컸다고 FT는 전했다.
지난주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2일 연 5%에 근접했다가 이날은 4.86%로 내려왔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도 한때 1.5%포인트(p)를 넘어섰다. 이 격차는 프랑스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들이 면밀히 주시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유로존 국가 간 금리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물랭 총재는 지금은 ECB의 개입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프랑스 내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안전망은 우리 내부의 더 가까운 곳에 있다”며 “프랑스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이 공공재정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