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기 제청부터 재제청 거부까지...전면전 번진 조희대-靑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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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재제청 헌법 근거 없다"...靑 "호도 말라"
"누가 대법관 고르나"...제청권-임명권 정면 충돌
헌법 104조 2항엔 거절·재제청 규정 없어...헌재로
민주 국조·특검 거론, 국힘 엄호...김건희 재판 지연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2025.11.04. (사진=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제청을 반려한 지 25일 만으로, 현행 헌법상 첫 제청 반려에 재제청 거부가 맞물리며 대법관 인선이 멈춰 섰다. 대법관을 사실상 누가 고르느냐를 놓고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이 정면으로 맞선 모습이다.

2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는 입장을 낸 데 이어 23일에도 재제청 요청 공문에 사유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문 자체가 명확한 거부 입장인데도 조 대법원장이 호도한다고 반박했고, 오히려 대법원이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이 절차적 흠결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재제청 요구는 남은 추천 후보 가운데 다시 골라 제청하라는 내용이다. 요구대로 되면 대법관 후보는 사실상 대통령이 고르게 되고, 거부가 유지되면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올린 후보를 받아들일지만 정하게 된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정할 뿐, 거절이나 재제청 절차는 없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반려 당시 "제청권은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 어디에도 재제청 요구권은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국가기관 사이 권한 다툼을 헌재가 가리는 절차)을 청구했다.

법조계의 평가는 행위별로 갈린다.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의 임명을 거부하는 것 자체는 헌법상 임명권 행사의 범위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남은 추천 후보 가운데 다시 골라오라는 요구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대통령이 행사하는 결과가 되고, 임명동의안 제출을 막아 국회의 동의 권한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대로 조 대법원장을 향해선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해 온 수십 년 관례를 깨고 서면으로 제청한 방식이 충돌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과 여권의 대립은 이번 인선 전부터 쌓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하는 판결을 주도했고, 여권은 이를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며 사퇴 요구와 사법개혁 입법으로 압박해 왔다.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손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고, 청와대는 열흘 뒤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반려했다. 같은 날 함께 제청된 김성수 대법관만 지난 21일 취임했다.

거부 이후 정치권의 공방은 조 대법원장 거취와 청와대 책임론으로 번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사상 초유의 위헌·위법·내란적 재제청 거부는 본질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태업"이라며 국회의 모든 권한을 활용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고,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이 김민기 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고집하는 게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누가 헌정질서를 흔들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맞섰다.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대법관 공백은 200일을 넘겼다. 지난 3월 퇴임한 노 전 대법관의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혐의 사건이 전원합의체(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부)에 계류돼 있다. 전원합의체는 표결이 팽팽하면 공석을 둔 채 결론 내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공백이 길어질수록 결론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방은 다음 달 6일 국정감사로 이어진다.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이날 대법원 국감 기관증인으로 출석 요구하기로 의결했고, 일반증인 채택 여부는 오는 28일 여야 간사 협의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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