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화재 뒤 긴급점검서 260건 적발·처분…기존 창고 소방기준 소급 적용 등 제도개선 26건 정부 건의
경기도가 인천 쿠팡 물류센터 대형화재를 계기로 도내 대형 물류창고 473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236곳에서 260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위험물을 허용 기준보다 많이 보관하거나 화재 때 생명길이 되는 피난통로에 물건을 쌓아둔 사례도 확인됐다. 경기도는 적발·처분에 그치지 않고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을 기존 대형 창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까지 정부에 건의했다.
2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7월27일부터 9월21일까지 연면적 1만5000㎡ 이상 특급·1급 물류창고 473곳을 대상으로 소방·방화시설 작동 여부와 위험물 저장기준 등을 조사했다. 점검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236곳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됐다.
이번 점검은 7월 18일 인천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이후 시작됐다. 해당 화재는 발생 109시간40여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고, 근무자 121명은 스스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당시 대량 적재물과 높은 화재하중으로 방화셔터가 녹아내리면서 방화구획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화재 직후 도내 대형 물류창고의 화재안전관리 강화와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이후 경기소방이 합동점검반을 가동해 두 달 가까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적발 내용은 지정수량을 초과한 위험물 보관, 피난통로 물건 적치, 창고 내부 사무실 임의 증축 등이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60건에 대해 입건 1건, 과태료 26건, 조치명령 219건, 기관통보 14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추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점검 결과를 다시 공개하며 위반사항을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점검 결과를 소방재난본부와 관할 소방서 누리집에 공개해 개선 여부를 계속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가 함께 들여다본 것은 개별 창고의 위법행위만이 아니다. 현행 소방시설 기준이 강화돼도 일부 기존 시설에는 새로운 기준을 소급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공백도 개선 대상으로 올렸다.
현행 제도에서는 의료시설 등 일부 시설에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만 창고시설은 해당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연면적 1만5000㎡ 이상 창고시설을 강화된 소방시설기준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소방청에 건의했다.
건의 범위도 소방시설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창고시설 분류 세분화와 소방시설 설치기준 강화, 임시 위험물시설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화, 냉장·냉동창고 소방시설 기준 강화, 화재 발생 시 피난집결지 지정 의무화 등 소방법령 관련 15건을 소방청에 제안했다.
국토교통부에는 대형 물류창고의 소방활동 안전공간 설치 등을 포함한 건축·전기·안전 분야 11건을 건의했다. 모두 합하면 정부에 제시한 제도개선안은 26건이다.
화재가 발생한 뒤의 대응체계도 손봤다.
경기소방은 물류창고 620곳의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화재 현장 지휘관 중심의 대응대책을 마련했다. 드론과 무인소방로봇을 연계한 진압전술도 재정비했다. 사업장별 맞춤형 소방안전교육과 초기대피훈련을 확대하고, 사업장이 관할 소방서에 위험요인과 건의사항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직통 연락체계도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기존 시설 관리의 중요성도 보여줬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물류센터는 올해 초 자체 소방시설 점검에서도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방화시설 등 25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된 바 있다. 다만 해당 지적사항과 7월 화재 원인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
추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현재는 소방법이 강화돼도 기존 시설에는 새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강화된 안전기준을 기존 시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점검 결과와 후속 조치 내용을 공개하고 적발사항의 시정 여부를 계속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에 건의한 26개 제도개선안은 향후 소방청과 국토교통부의 검토와 법령·기준 개정 절차를 거쳐야 실제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