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막히는 윤활유 공급망…군수 물자도 국산화 넓혀야 [훈령에 막힌 윤활유 국산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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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모터오일 가격 급등·구매 제한
韓 윤활기유 대중동 수입 30.1%
방사청도 군수품 공급망 관리 강화

▲챗GPT 이미지 생성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군용 윤활유도 핵심 부품처럼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시에는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소모성 물자로 여겨지지만, 전쟁으로 생산시설이나 운송로가 막히면 공급이 끊겨 군 장비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활유 공급망의 불안은 민간 시장에서 이미 가격과 수급 문제로 현실화하고 있다. 21일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 여파로 완전합성 윤활유의 주요 원료인 그룹Ⅲ 기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난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터오일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유통업체가 구매량을 제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AP통신은 최근 코스트코가 자체 브랜드 완전합성 모터오일 가격을 지난해 약 30달러에서 약 58달러로 인상하고 구매량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군용 특수윤활유는 일반 제품보다 공급선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 장비마다 요구되는 성능과 규격이 다르고, 기존 제품을 대체하려면 별도의 시험과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제품의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다른 나라나 업체의 제품을 곧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보고서에서 윤활기유를 공급망 위험에 노출된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한국의 윤활기유 대중동 수입 비중은 30.1%로 분석됐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공급원이 존재하지만 규격·인증, 설비 적용 조건에 따라 공급선을 바꾸는 데 일정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산업설비 운영 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공급망 위험은 최근 국방 분야에서 추진되는 군수품 공급망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해외 조달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무기체계의 소재·부품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100대 무기체계의 공급망을 사전 분석하고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공급망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략 분야 부품을 사전에 국산화하는 ‘선제적 부품개발 트랙’도 확대한다.

국산화 대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지난해 마련한 ‘2026~2030 무기체계 소재·부품 기획서’에는 향후 5년간 국산화가 필요한 212개 과제, 379개 품목이 담겼다. 품목 수는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다. 국기연은 기획서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방위산업 공급망 강화’를 제시했다.

문제는 현재 국방 분야의 국산화 정책이 무기체계의 소재·부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윤활유처럼 장비 운용에 필수적이지만 ‘물자’로 분류된 품목은 국산화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있다. 최근의 글로벌 윤활유 수급 불안은 군수품 공급망 정책을 부품 중심에서 전투 지속에 필요한 핵심 물자까지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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