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수사'는 된다더니 '육본'은 퇴짜...특수윤활유 국산화 혼선 [훈령에 막힌 윤활유 국산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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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평가까지 해놓고 불승인…軍 윤활유 국산화 ‘엇박자’
육본, 윤활유는 훈령상 국산화 대상 '부품' 아닌 '물자' 해석

▲육군 해외 특수윤활유 국산화 개발 추진 경과 (본지 취합)

군 장비에 들어가는 해외 특수윤활유의 국산화 개발 추진이 최근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는 훈령에 근거해 국내 업체 모집과 현장평가까지 마쳤지만 육군본부가 윤활유가 국산화 대상인 ‘부품’이 아니라 ‘물자’라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수사와 본부가 같은 훈령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윤활유 등 ‘군수물자’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국산화 개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훈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일부 윤활유 업체들은 작년 9월 군수사로부터 해외 특수윤활유 국산화 개발 요청을 받고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군수사는 국방부훈령 제2925호(총수명주기관리업무훈령)와 군수사 행정예규 520호(부품국산화 개발업무예규)를 근거로, 해외 특수윤활유 23개 품목의 국산화 개발 가능성과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이후 군수사는 10월 국산화 개발 전시회, 12월 희망업체 현장평가를 마쳤고 최종 5개 업체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육본이 해당 업체들을 모두 불승인 처리하면서 국산화 개발 절차가 중단됐다. 육군 관계자는 “관련 훈령상 국산화 개발 대상인 ‘부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승인됐다”고 밝혔다. 윤활유는 ‘물자’이기 때문에 부품 국산화 개발 절차로는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군 관련 법령에 따르면 부품은 완제품에 사용되는 구성요소로 전차·전투기용 엔진 등이 해당된다. 물자는 전투 지속을 위해 소모되는 제반 자원으로 전투복·전투화, 전투식량, 유류, 탄약 등이 포함된다. 전직 군수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부품은 단종될 경우 공급을 제때 못 받게 될 우려가 있어 국산화를 추진한 반면 소모품인 물자는 상대적으로 경제성 등을 고려해 국산화를 추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수명주기관리업무훈령’은 주요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의 소요 기획부터 획득, 운영유지, 처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정됐다. 제8장 ‘부품국산화’에는 개발범주와 품목 대상 선정 기준 등이 담겨 있다. 이 내용을 두고 군수사는 ‘부품국산화’ 범주에 ‘물자’인 윤활유를 포함시켰으나 육본은 ‘물자’라서 제외된다고 해석했다. 군 소식통은 “군수사가 국산화 개발을 추진하고 육본에서 ‘물자’라는 이유로 불승인된 사례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고 했다. 군수사가 해당 훈령이 ‘부품’의 국산화 개발 근거인 것을 알면서도 ‘물자’인 윤활유의 국산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남양주=뉴시스] 정병혁 기자 = 26일 경기 남양주시 7포병여단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K9A1 자주포가 대기하고 있다. 2024.06.26. jhope@newsis.com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이 잇따르면서 군 장비에 필수적인 특수윤활유의 국산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와 직결된 물자인 만큼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국산화 제품의 납품 단가를 수입산보다 20~30%가량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훈령의 개정도 요구된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방사청 규정은 국산화 대상에 ‘물자’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물자’라는 이유로 국산화 추진을 중단한 것은 제도간 정합성이 맞지 않는다”며 “윤활유처럼 전투장비 운용에 필수적인 물자는 안정적 수급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도 국산화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관계자는 “특수윤활유의 국내 개발 필요성을 고려해 관련 제도개선을 검토했고 국산화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 훈령 개정을 국방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력지원체계에 해당하는 품목도 국산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해당 훈령이 개정될 경우 부품과 물자 구분 없이 국산화 개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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