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 신규 입사자의 업무능력과 조직 적응도 등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한 수습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실무에서 사용하는 ‘수습’이라는 표현은 법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미 확정적으로 채용된 근로자가 업무를 익히는 기간이라면 본채용 거부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일정 기간 근무상황을 평가한 뒤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명확히 약정한 경우에는 ‘시용근로관계’로 볼 수 있다.
시용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는 통상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된다. 시용제도 자체가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성실성 및 조직 적합성을 관찰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 역시 본채용 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고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단순히 “업무가 미숙하다”,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사유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는 업무수행 능력, 근무태도, 협업능력, 규정 준수 여부 등 직무와 관련된 평가기준을 사전에 마련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평가자의 주관적 인상에 의존하기보다 업무처리 결과, 교육 및 지도 내용, 지각·결근 기록, 개선 요구와 그에 대한 이행 여부 등 객관적인 자료도 남겨야 한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면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채용 거부의 절차도 중요하다. 시용근로자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유와 근로관계 종료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단순히 평가점수나 ‘본채용 부적격’이라는 결론만 기재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과 평가 결과에 따라 부적격으로 판단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시용기간과 본채용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본채용 거부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수습기간은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기간이 아니다. 근로자에게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기회를 주고, 기업에는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검증할 기회를 주는 기간이다. 평가기준이 명확하고 그 과정이 공정해야 본채용 여부에 대한 결정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수습기간을 두었는지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했는가이다. 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