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부터 법정 공방…기업 불복에 공정위 ‘속도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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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현장조사 잠정 중단·한화 자료제출 명령 효력 정지
인쇄용지·밀가루 가격 재결정 명령도 잇따라 집행정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민생 분야 조사와 제재에 속도를 높여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잇단 법적 대응에 부딪혔다. 쿠팡과 한화가 현장조사 단계부터 절차의 적법성을 문제 삼은 가운데 담합 기업에 내린 가격 재결정 명령도 법원에서 효력이 정지됐다.

20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결과가 이번 주 나올 예정이다. 법원은 우선 23일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을 잠정 정지한 상태다.

공정위는 8월 19~24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쿠팡은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불응한 뒤 현장조사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쟁점은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 통지 의무의 적용 여부다. 이 법은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쿠팡은 공정위가 통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조사 관련 특별규정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사전 통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한화도 현장조사 과정에서 내려진 자료제출 명령을 다투고 있다. 법원은 9일 한화와 직원이 낸 자료제출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6월 말~7월 초 한화그룹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조사했다. 한화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영장 없이 직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열람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며 강압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장조사뿐 아니라 담합 기업에 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 한 시정명령도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공정위가 4월 인쇄용지 가격 담합으로 제재한 6개사 가운데 4개사는 최근 가격 재결정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받아냈다.

5월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받은 7개사 중에서도 대한제분·삼양사·한탑·사조동아원 등 4개사가 낸 가격 재결정 명령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 대선제분도 집행정지를 신청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장조사 결정과 자료제출 명령, 일부 가격 재결정 명령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공정위의 사건 처리와 후속 조치에도 부담이 커졌다. 다만 집행정지는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결정으로, 조사나 제재의 위법성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본안 소송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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