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북미 적자 심화…중견기업은 11.9억 달러 흑자 ‘대조’ 나타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지식서비스 무역수지가 64억달러를 웃도는 적자를 냈다. 넷플릭스나 AI 서비스 등 해외 디지털 플랫폼 이용료와 외국계 특허 사용료 지급이 급증한 영향이다. 다만 K-콘텐츠 수출 호조에 힘입어 문화·여가서비스 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를 갈아치웠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지식서비스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식서비스 무역수지는 64억4000만달러(약 8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8억달러 적자를 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비 적자 폭이 16억달러 확대됐다. 수출액은 20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01억1000만달러)보다 소폭 늘었지만, 수입액이 249억달러에서 268억달러로 더 큰 폭으로 불어난 탓이다.
거래 유형별로는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전문·사업서비스 적자가 두드러졌다. 특히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49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기(-40억달러)보다 적자 폭이 9억달러 커졌다. 지식재산권에는 △R&D 기반 권리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 △멀티미디어 저작권 △컴퓨터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포함돼 있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지식재산권 사용료 적자 확대는 반도체 관련 해외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 디지털 서비스 사용료 지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AI 구독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사용료 적자 규모도 올해 상반기가 역대 최대"라고 설명했다.
반면 IT 개발·클라우드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서비스(24억2000만 달러)와 K-팝·공연 등을 아우르는 문화·여가서비스(7억 2000만 달러)는 흑자를 내며 적자 폭을 방어했다. 이 가운데 문화·여가서비스 수지는 K-팝과 드라마, 콘서트 등에 힘입어 한은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컴백한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등 대규모 해외 K-팝 콘서트 수익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박 팀장은 "문화·여가서비스 수지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또 역대 최대 흑자"라며 "K-팝 콘서트 수익이 포함된 공연·전시 수출은 2024년 하반기 이후 4개 반기 연속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전기 대비 흑자 폭이 다소 둔화된 정보·통신서비스에 대해서는 "작년 하반기 역대급 흑자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일부 스마트기기 탑재 수수료 수취 시점이 하반기로 이연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별로는 디지털 중개 플랫폼과 제조업 적자가 두드러졌다. 디지털 중개 플랫폼은 34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기(-29억6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해외 OTT 및 앱스토어 결제,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료 지출 등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제조업 역시 전기·전자제품(-13억1000만달러)을 중심으로 22억 3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기관 형태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원천 기술과 해외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은 30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중견기업은 11억9000만달러 흑자를 달성해 전년 동기(8억 8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을 넓혔다. 소기업(1억4000만달러)과 소상공인(1억4000만달러)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에서 대규모 적자를 봤다. 주요 빅테크 기업 본사가 밀집한 북미 지역에 대해서는 33억2000만달러, 유럽에 대해서는 22억5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K-콘텐츠 진출이 활발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26억2000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한은은 첨단산업 중심의 중간재를 가공·수출하는 국내 산업 구조상 지식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K-컨텐츠가 상방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봤다. 박 팀장은 "우리나라 경제구조 자체가 해외의 무형 중간재를 투입해 부가가치가 높은 IT 중심 제품을 수출하는 체계인 만큼 구조적 적자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근 K-콘텐츠 관련 흑자 폭이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