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간 부실여신 59.8% 늘어…도소매 13.4배·부동산 4.8배
대기업 경영여건 악화·NPL 매각 지연 겹쳐…금리 인상도 부담

한국산업은행의 기업대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상반기 연체율 상승 폭이 은행권 전체의 5배에 달했고, 부실채권은 1년 새 60% 가까이 불어났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떨어진 가운데 부실채권(NPL) 매각 지연까지 겹친 결과다. 최근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까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하반기 건전성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산은 경영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8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0%포인트(p) 상승했다. 2024년 상반기 0.28%와 비교하면 2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산은의 연체율 상승 속도는 은행권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1년 전보다 0.08%p 올랐다. 산은의 상승 폭이 은행권 전체의 5배에 달한 것이다.
부실채권도 빠르게 쌓였다. 산은의 기업 총여신은 지난해 상반기 190조536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07조546억 원으로 8.7% 늘었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되는 등 회수 가능성이 떨어진 고정이하여신은 1조1453억 원에서 1조8305억 원으로 59.8%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60%에서 0.88%로 상승했다.
특히 경기민감 업종의 부실이 두드러졌다. 도소매업 고정이하여신은 180억 원에서 2417억 원으로 13.4배 급증했다. 부동산업은 244억 원에서 1165억 원으로 4.8배 늘었고, 제조업도 7584억 원에서 9224억 원으로 증가했다.
경기 부진에 산은 특유의 거액여신 구조가 맞물리면서 건전성 지표가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산은 총여신의 87.6%가 대기업대출이다. 국가 기간산업과 구조조정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일부 대형 차주의 부실만으로도 전체 지표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도 7월 보고서에서 산은의 대기업 중심 거액여신 포트폴리오에서 신규 부실채권 발생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임대·건설자재 등 연관 업종은 물론 제조업까지 어려움이 번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표 악화를 키웠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정부자산 매각 관리체계를 강화하면서 산은의 NPL 매각 절차도 발이 묶였다. 정부 지분율 100%인 산은의 대출채권은 국유재산법상 국유자산으로 분류돼 강화된 매각 규제를 적용받는다.
산은의 NPL 매각·환매 반영액은 2024년 상반기 2703억원 지난해 상반기 1041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전무했다. 신규 부실은 쏟아지는데 기존 부실을 장부에서 털어내지 못하면서 장부상 건전성이 악화했다.
하반기에는 고금리 장기화 충격이 겹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두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재산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한계 기업의 원리금 상환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과 부동산 등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하반기 여신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