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을 땐 무료, 원본은 유료…촬영 뒤 날아든 ‘숨은 청구서’[생애 첫사진의 함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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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앨범 혜택 이용하려다 추가금 영업 피해
사전 안내 없이 촬영직후 심리적 압박 상술
소비자 선택권 보장ㆍ분쟁 방지 위해 투명하게 사전고지해야

▲한 시민이 아기 성장앨범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아빠가 된 30대 서진수(가명) 씨는 몇달 전 만삭 아내와 한 포토 스튜디오를 찾았다. 산후조리원을 계약하며 원장으로부터 '만삭·생후 20일·50일 무료 앨범'을 제공해준다고 소개받은 곳이다. 부부는 1시간 넘게 만삭사진을 촬영했다. 문제는 촬영이 끝난 뒤였다.

스튜디오 직원은 촬영한 사진 원본파일을 받으려면 돌사진 등을 포함한 성장앨범을 새로 계약하거나 촬영 때마다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업체의 고객이 되지 않으면 무료 앨범에 들어갈 2~4장의 사진도 직접 고를 수 없었다. 별도 계약 없이 향후 두 차례 남은 촬영에 대한 원본을 받으려면 90만원을 내야 했다. 업체가 제시한 성장앨범은 최저 계약 가격 약 80만원부터 최대 수백만원까지 다양했다. 개별 구매보다 최저 패키지 계약이 약간 더 저렴한 구조였다.

그가 불쾌했던 것은 가격보다도 현장 촬영 직후 이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서 씨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리원에서 미리 이런 내용을 알려줬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료 촬영이라는 말을 듣고 갔다가 촬영이 끝난 후 계약하지 않거나 추가 비용을 내지 않으면 찍은 사진들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영업을 당한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두거나 갓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산후조리원이나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열리는 베이비페어 등에서 소개 또는 안내받은 스튜디오의 이른바 '무료 앨범 촬영 서비스'를 둘러싸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조리원 계약 과정에서 제휴 스튜디오의 무료 성장앨범이나 만삭·신생아 촬영 혜택을 안내받지만, 정작 무료 사진의 제공 범위나 원본파일 비용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 스튜디오에서 한껏 꾸민 만삭 배우자의 모습, 갓 태어난 아기 사진 촬영을 1~2시간 공들여 마친 뒤 수백여장의 사진을 당장 눈앞에 두면 당초 생각하지 않았거나 생각한 가격보다 비싸더라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돈을 내고 계약하지 않으면 이 소중한 사진과 추억을 모두 잃는다'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유명 베이비 스튜디오의 영업 방식도 이런 감정을 적극 활용한다. 업계에서 알려진 방식 중 하나는 부부의 첫 방문 때 아내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남편에게 아내와 태어날 아기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각각 쓰도록 한 뒤, 촬영된 사진과 잔잔한 음악, 편지를 엮은 영상을 만들어 촬영 직후 부부가 업체 스크린을 통해 단둘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담당 직원의 '영업'이 시작된다. 출산 과정의 감동을 최대한 자극한 순간 성장앨범 추가 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초 조리원이 제공하는 무료 혜택으로 인식했던 촬영 서비스가 정작 현장에서는 100일, 돌사진 등 여러 단계의 '유료 선택지'로 이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조리원 안내 단계에서 스튜디오 촬영 서비스를 거절하는 부모도 있다. 40대 김유리(가명) 씨는 지난해 경기 군포의 한 조리원과 계약하면서 제휴 스튜디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후 해당 스튜디오로부터 앨범 촬영을 권하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김 씨는 "조리원의 '끼워팔기'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후 제휴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으러 오라는 연락이 와 놀랐다"면서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 끊었다. 동의하지 않았는데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개인정보가 넘어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례만으로 조리원이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제3자에게 제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조리원 예약 과정에서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어떤 업체에 어떤 목적으로 넘어가는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조리원에서 '무료 촬영' 서비스를 안내하는 것도 위법이 아니다. 일부 순기능도 있다. 임신 초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예비 부모 입장에서는 사진업체를 별도로 물색하지 않고 출산 전후의 소중한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여러 스튜디오를 직접 비교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실제로 무료로 제공되는 사진, 앨범 본품만 받고 원본 등 추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선택도 가능하다.

다만 무료 촬영이 어디까지 무료이고, 어느 단계부터 돈을 내야 하는지는 조리원 등 초기 안내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앨범 사진 수, 원본 제공 여부, 원본을 받기 위한 별도 비용 등을 사전에 알았다면 소비자 선택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현장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 전후는 부모들이 가격을 차분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 여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지금'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미 찍어놓은 소중한 사진이 폐기되는 것이 아까워 당장은 당황스럽고 가격이 생각보다 높더라도 결국 지갑을 열게 됐다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명예교수는 "조리원을 찾은 예비 부모에게 스튜디오 앨범 촬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가 뒤늦게 발생하지 않도록 스튜디오에 가기 전 알아야 하는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끼워팔기'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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