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운홀서 민선 9기 부산의 비전·미션 제시…행정·사법·기업·금융 집적 구상

부산의 미래 성장전략을 ‘해양수도’로 명확히 설정한 전재수 부산시장이 해수부와 해사전문법원, 해운기업에 이어 산업은행까지 부산으로 끌어오는 ‘해양수도권’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해양 관련 기관과 기업을 부산에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사법·기업·금융을 한데 묶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북극항로를 계기로 부산·울산·경남과 남해안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시장은 14일 부산 동구 아스티호텔 부산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만드는 해양수도 부산’ 제1회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부산의 미래, 바다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해양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 50여 명, 공개 모집 시민 100여 명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 시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수도권 일극체제를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바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산을 해양수도로 한 인근 광역권의 ‘해양수도권’을 제시했다.
핵심은 부산을 중심으로 행정·사법·기업·금융 기능을 집적하는 것이다.
이미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2028년 개청을 목표로 하는 해사전문법원, HMM·SK해운 등 해운기업 본사에 이어 선박금융 기능까지 부산에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는 한층 구체적인 추진 상황을 공개했다.
전 시장은 “국토부 장관과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업은행장, 대통령도 만났다”며 “공식·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 이전 방향에 대해 “아예 통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도를 단순한 도시 브랜드가 아니라 행정과 산업, 금융이 결합된 국가 성장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북극항로를 ‘새 뱃길’ 아닌 국가 성장축으로
전 시장이 해양수도 구상에서 북극항로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극항로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 운송로에 그치지 않고 부산의 산업·금융·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로 보고 있다.
기존 유럽·미주 항로에 북극항로가 더해지면 부산은 세계 주요 항로가 만나는 교차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 시장은 이를 두고 부산을 “지하철 여러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 같은 곳”에 비유했다.
부산의 항만 경쟁력을 부산에만 가두지도 않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은 컨테이너, 울산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포항은 벌크화물 등 각 항만의 강점을 묶어 남해안을 하나의 북극항로 경제권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부산 해양수도’에서 ‘해양수도권’으로 외연을 넓히는 셈이다.
기업 이전도 ‘주소 이전’ 넘어 금융·정주 지원
해운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책도 기존의 임대료 지원 수준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해운 측에서 기존 직원들의 부산 이주가 주거 등 정주 여건 때문에 더디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전 시장은 “임대료 몇십억 원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수천억원에 이르는 선박금융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금융기관 등이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해 기업의 금융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는 해양수도의 핵심을 ‘기관 유치’에서 ‘기업이 실제로 부산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옮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 시장은 부산 이전 기업에 대해서도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탄탄한 인프라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오고 사람이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주거 등 정주 여건도 함께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도 최종 목적은 결국 ‘시민의 일자리’
해양수도 전략의 최종 목표로는 청년 일자리를 제시했다.
전 시장은 이날 시민과의 대화에서 해양수도의 체감 사례를 묻는 질문에 “부산에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가족과 생이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으로 이전한 해운 대기업이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는 등 해양기업 유치가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도가 해양산업 종사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금융·법률·보험·컨설팅·제조업·AI 등 연관 산업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해사전문법원을 예로 들면서 판사와 변호사뿐 아니라 통·번역, 감정·검증, 선박보험과 보증, 경영컨설팅 등 지식서비스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만의 전략 아니다”…남해안 전체를 묶는다
이날 타운홀에서 제시된 구상의 특징은 부산만 잘되는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부산신항과 가덕도신공항, 배후 산업단지를 하나의 물류·산업 생태계로 묶고, 부산·울산·경남과 남해안을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강서구 신도시와 관련해 전 시장이 “공항, 항만의 경쟁력은 배후도시의 경쟁력이 결정짓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족 기능을 갖춘 배후도시와 광역교통망을 갖춰 항만·공항·산업단지가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는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전략이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도 제기됐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참여한 선사 관계자는 접안시설 부족과 디벙커링 인프라,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체계 등을 지적했다.
충분한 화물량 확보와 하역·접안시설 확충 없이는 북극항로가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시장도 “실제 시범운항을 해보니 접안시설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추가 운항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수부와 필요한 기반시설과 제도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전 시장은 “해양수도 부산은 부산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부산·울산·경남과 남해안, 더 나아가 수도권 일극체제를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며 “해양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와 사람, 산업 전반으로 효과가 이어지도록 정책과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 이전을 출발점으로 해사전문법원과 해운기업, 산업은행을 잇고 북극항로를 통해 남해안 경제권까지 확장하겠다는 것. 민선 9기 부산시가 ‘해양수도’를 도시 슬로건이 아니라 부산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공식화하고 있는 셈이다.
해양수도가 결국 시민에게 돌아오는 일자리와 소득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강서 신도시를 부산의 또 다른 거점으로 육성해달라는 요구에는 공항·항만과 배후도시를 함께 묶는 전략을 제시했다.
전 시장은 “공항, 항만의 경쟁력은 배후도시의 경쟁력이 결정짓는 것”이라며 자족 기능을 갖춘 배후도시 역량을 키우고 부산형 급행철도(BuTx)도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학 인재 양성 체계에 대한 질문에는 대학 간 지원의 선택과 집중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시장은 부산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5년간 5500억원을 지원받고 대기업 계약학과도 신설되고 있다며 “대학 지원이 몇몇에 집중돼야 하는지, 여러 대학에 나뉘어져야 하는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를 둘러싼 환경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 시민은 북극항로 개설에 따른 해양사고와 해양오염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 시장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새로운 뱃길이 열리는 기회를 잡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부가가치를 누리면서도 자연환경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환경·안전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북극항로를 실제 운항할 경우를 전제로 보다 구체적인 요구도 나왔다. 충분한 화물량을 확보하고 LNG를 비롯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기반을 갖추는 한편, 선박이 실제 부산항에서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하역·접안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기업의 부산 이전 역시 단순히 본사 주소를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존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부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등 정주 여건을 갖추는 것이 기업 이전의 실효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강서구 생곡소각장 문제도 질문에 올랐다.
전 시장은 “애초 에코델타시티 내 지어야 할 소각시설을 생곡에 추진한 것”이라며 “2017년부터 진행된 사업 행정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첫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질문은 해양산업의 미래에만 머물지 않았다. 청년 일자리, 주거, 대학, 신도시, 환경, 지역 현안까지 ‘해양수도’라는 전략이 시민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핵심이었다.
해양수도가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이 되려면 결국 바다에서 시작된 산업의 효과가 항만과 기업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와 정주, 지역경제로 이어지는지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