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경쟁력 훼손” 4대 항만공사 통합 반대 확산…"부산 시장 입장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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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항만공사통합추진 철회 촉구 전국동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등 국내 4대 항만공사가 소재한 지역 시민사회가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에 일제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세계 주요 항만들이 지역 특성에 맞춰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항만공사를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는 것은 항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방분권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부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 부산시장이 항만공사 통합 문제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7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 항만공사의 통합 추진은 국가 항만 경쟁력과 지방분권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뿐 아니라 인천과 여수·광양 등에서도 시민단체들이 동시에 참여했다. 울산에서도 별도의 성명이 발표됐다. 각 지역에서 참여한 단체만 300여 개에 달한다는 게 협의회 측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효율성’을 앞세운 중앙집권적 통합 방식이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공급망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해 중앙집권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해양강국과 해양수도권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핵심기관인 항만공사를 행정 효율성만을 앞세워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외 주요 항만의 운영 사례를 들어 국내 항만공사 통합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공사는 지방정부가 70%, 중앙정부가 30%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항만 및 배후산업단지 개발과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담당한다. 지역의 의사결정 참여와 항만에서 발생한 이익의 지역 재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싱가포르 역시 항만 관련 행정기관과 운영 전문기업을 분리하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항도 행정·관리 기능과 항만 운영을 별도의 조직이 담당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항만공사는 지역에 소재하고 있음에도 의사결정 구조는 중앙정부 중심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7명 가운데 부산시가 추천할 수 있는 인사는 2명에 그친다. 부산시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아 부산항에서 발생한 수익 상당 부분이 정부 배당금 형태로 국고에 귀속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항은 각각의 기능과 경쟁 환경이 전혀 다르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환적항만이고, 울산항은 국가 에너지산업을 뒷받침하는 에너지항만이다.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인천항은 수도권의 국제물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서로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을 경우 항만별 특성에 맞춘 투자와 개발, 마케팅 전략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스마트항만과 배후단지 개발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 항만별 우선순위가 충돌할 경우 부산항의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향한 압박도 본격화됐다.

항만공사 통합을 위해서는 항만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최종적으로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통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4대 항만공사가 소재한 지역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여당 단체장들의 공동 대응을 요구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전재수 시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4대 항만공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지방분권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며 “민주당 소속인 전재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5개 지역 단체장이 항만공사 통합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항만공사의 조직을 합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항을 비롯한 국가 주요 항만의 의사결정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 항만에서 발생한 경제적 성과를 지역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행정 효율성을 앞세워 통합 논의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시가 ‘해양수도’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부산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좌우할 수 있는 항만공사 통합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향후 항만공사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전재수 시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또 부산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통합 구상에 어떤 목소리를 낼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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