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 재산·소득 따져야⋯재정 지원은 예외적으로" [빚탕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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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기간 넘어 매출·자산·부실 경위 종합 심사
"감면 후 소득 회복 땐 일부 추가 상환해야"
재활 의지·상환 노력 반영⋯성실상환자 우대도

▲(사진=AI 생성)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이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지려면 지원 대상 선별부터 감면 이후의 상환 책임까지 정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환 능력을 잃은 한계 차주에게는 재기 기회를 열어주되 고의로 버티는 차주의 ‘전략적 연체’를 차단하고, 빚을 성실히 갚는 차주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기 의지가 있는 취약 차주와 채무 탕감을 노리고 상환을 회피하는 차주를 엄격히 가려내는 세부 심사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장기 연체자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무분별하고 반복적인 원금 탕감은 ‘버티면 감면받는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전략적 연체를 걸러내기 위해 단순 연체 기간이나 채무 규모만 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연체 기간이 같더라도 사업 회복 속도와 소득, 숨은 자산에 따라 실제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후의 매출 추이와 영업이익, 폐업 여부와 대출 발생 경위를 촘촘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무 감면을 노린 고의적 재산 처분이나 신규 차입 여부를 적발하는 검증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탕감 직전 재산을 빼돌리거나 무리하게 빚을 늘린 뒤 연체하는 악성 사례를 걸러낼 정밀 추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감면 이후 소득 개선 상황을 반영하는 사후 관리 장치도 제안됐다.

서 교수는 “채무를 감면받은 차주라도 이후 소득이 정상화되면 일정 부분을 추가 상환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에는 금융 부담을 덜어주되 이후 상환 능력이 살아나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 지원에는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본지 자문위원인 곽범국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재활 의지가 뚜렷한 차주를 중심으로 제한적이고 예외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장은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정리와 공적 재정 지원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장기 연체라는 사실 자체보다 차주가 빚을 갚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재정 투입이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실 상환 차주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묵묵히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차주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상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실하게 빚을 갚는 자영업자에게는 대출금리 인하나 신용보증료 감면 등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환 노력을 다른 정책 지원과 연결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곽 전 사장은 “특정 프로그램에서 입증된 차주의 상환 노력과 신용 회복 기여도를 데이터화해 향후 다른 정책금융이나 보증 지원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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