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 최고가격' 정유사 손실정산 심사 돌입⋯고강도 회계 검증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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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2분기 실적 공시 마무리…정유 4사, 보전 신청서 제출 착수
정부 “국내 휘·경·등유 3종 원가만 인정”…업계 요구 '수출 기회비용' 배제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올해 3월 중동 위기 고조로 전격 도입됐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정유사 손실보전 정산 절차가 이달부터 본격화된다.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 공시가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는 철저한 '실제 투입 원가'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당초 손실 보전용으로 편성했던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 집행액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정부 부처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중순 정유사들의 올해 2분기 재무제표 확정 공시가 완료됨에 따라 이달부터 각 사별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정산 신청서 접수 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6월 중 정산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기업별 정확한 정제 원가와 유종별 마진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일정을 순연했다.

정산서 제출이 완료되는 대로 회계, 법률, 석유시장 분야 전문가와 정부 위원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가동돼 강도 높은 서류 검증에 착수하게 된다. 정산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손실 산정 기준은 철저히 실제 투입 원가에 맞춰져 있다. 정유사 전체 매출 중 국내 판매 비중이 35% 내외에 불과한 데다 상반기 윤활유·항공유 수출 등으로 막대한 흑자를 낸 만큼 기업 전체 차원에서는 손실이 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유업계가 요구해 온 '수출 기대수익(해외 수출 시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을 원천 배제하고, 보상 범위를 '국내에 판매된 휘발유·경유·등유' 3개 유종으로 엄격히 한정했다. 정산위원회는 회계 장부상 원가가 이 3개 품목에 어떻게 배분(부가가치 기준 등)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깐깐한 보전 기준 방침에 울상인 상황이다. 자칫 해당 기준으로 타사 대비 불리한 정산 결과가 나올 경우 주주들에게 셈법 실패를 해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정 당국의 기류도 정산 정국의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이 올해 7월 6일 일부 정유사의 가격 담합 사건 수사 브리핑을 통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정유사들이 실질적인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업계로서는 섣불리 대규모 보상 요구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만큼 입지가 좁아졌다.

정산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실제 지급될 보상액 규모는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산위원회의 심사가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수출 기대수익을 보상 대상에서 배제한 만큼 보전액이 목적예비비인 4조2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정유 4사에 지급될 보상 총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예비비 4조2000억원 전체 소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4분기(1개 분기) 정산 대비용으로만 올해 예비비의 34.5%에 달하는 1조4497억원을 신규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앞선 2~3분기 누적 정산액 역시 예상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측은 추가 재원 소요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회계연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4분기 정산은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와 외부 회계기관 검토를 거쳐 내년 1월 하순에야 이뤄지기 때문에 연내 집행이 어려워 내년 본예산에 담은 것"이라며 "중동 정세가 안정돼 4분기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게 될 경우 이 예산은 국고로 환수(불용 처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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