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전 덜 놓고 ‘집’을 채웠더니…LG전자 매출 20% 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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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 매장 22평 ‘집’으로 탈바꿈
제품 진열 대신 실제 생활공간·AI홈 체험
리모델링 후 매출 20%↑…유럽 확대 추진

▲7일(현지시간) 찾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의 LG전자 매장. 주방과 거실, 다용도실 등 실제 주거 환경을 구현해 하나의 집처럼 꾸며졌다. (로테르담(네덜란드)=이수진 기자)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심가 비넨베흐플레인에 위치한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 7일(현지시간) 직접 찾은 이곳에는 유럽 최대 가전 유통 체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글로벌 가전 브랜드의 제품이 층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 가운데 LG전자 매장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약 73㎡(22평) 규모 공간에 제품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는 대신 주방과 거실, 다용도실을 갖춘 하나의 ‘집’을 통째로 옮겨놓았다. 제품 판매보다는 실제 집에 설치했을 때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플렉시블 매장’이다. 매장에는 실제 판매하지 않는 제품도 전시돼 있다. 당장 제품 한 대를 더 파는 것보다 LG전자가 제안하는 생활 공간과 사용 경험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제이 로머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마케팅 매니저는 “온라인에서는 제품의 사양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지만, 제품이 실제 일상생활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는 경험하기 어렵다”며 “이곳에서는 실제 주거 환경에 제품을 배치해 LG 기술이 자신의 집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 곳곳에서는 ‘작은 집’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유럽 시장의 고민이 엿보였다. 벽걸이형 에어컨 ‘아트쿨’에는 스크린이 함께 탑재돼 TV처럼 사용하거나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해 즐길 수 있다. 하나의 제품에 냉방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결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제품으로, 상대적으로 주거 공간이 작은 유럽 시장에 특화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 LG전자 매장 벽면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 ‘아트쿨’. 냉방 기능과 함께 스크린을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테르담(네덜란드)=이수진 기자)

가전끼리 ‘대화’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LG 씽큐(ThinQ)와 네덜란드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Homey)’를 연동하면 태양광 발전량이나 시간대별 전기요금에 따라 세탁기 작동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세탁이 끝나면 거실 조명을 켜거나 알림음을 울리고, 창문을 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에어컨을 자동으로 끈다. 로머스 매니저는 “기술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집안일을 간편하게 하면서도 사용자가 어렵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처럼 매장을 ‘집’으로 바꾼 것은 지난해 말이다. 기존 약 28㎡(8평)였던 매장을 약 73㎡로 3배 가까이 확대하면서 단순 제품 진열 공간을 생활 공간 형태로 전면 개편했다.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에 입점한 10여개 브랜드 가운데 주방·거실·다용도실 등 실제 가정환경을 구현한 곳은 LG전자가 유일하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을 빽빽하게 진열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이후 올해 상반기 이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현지 가정과 닮은 공간에서 여러 제품을 함께 체험하면서 단일 제품이 아닌 패키지로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 공간은 소비자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현지 인테리어·건축업체 등 B2B 고객이 제품 디자인부터 실제 설치 모습과 조건까지 한자리에서 확인하는 쇼룸 역할도 맡는다. LG전자는 로테르담에서 확인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과 상권 특성에 따라 고효율 가전, 빌트인, AI홈 등을 앞세운 공간 솔루션형 매장을 유럽에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전을 더 많이 늘어놓는 대신, 가전이 들어갈 ‘집’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다. 제품의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는 공간이었던 가전 매장이 생활 방식까지 제안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제이 로머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마케팅 매니저가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디어마크트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에서 LG전자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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