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을 물었는데 왜 북항을”…부산시 사직야구장 행정에 ‘말 바꾸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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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하고 있는 이열 부산시의원 (사진제공=부산시의회)

부산시의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행정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사업 관련 예산은 집행되지 않고 설계 계약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시는 “행정적으로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전재수 부산시장은 9월 중 사업 방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듣는 간담회는 10월에 열릴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의견을 듣기 전에 정책 방향부터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시의회 이열 의원(국민의힘·연제구2)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둘러싼 부산시의 행정을 “앞뒤가 맞지 않는 말 바꾸기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조속한 정상 추진 로드맵을 요구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이 실제 행정절차에서 멈춰 있는지 여부다.

앞서 전재수 시장은 지난 7월 시정질문에서 북항 복합 돔 아레나 추진이 사직야구장 재건축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현재 행정적으로 중단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부산시 체육국장은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잠시 멈춰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확인한 결과 올해 4월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에 교부된 국비는 아직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으며 예정됐던 설계 계약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실제 행정절차와 예산 집행은 멈춰 있는데 시민에게는 중단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말을 바꿔 숨길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실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정책결정과 시민 의견수렴의 순서다.

지난 7일 부산시의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체육국장은 전문가·이해관계자 간담회를 9월 말~10월 초, 시민간담회를 10월 초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시장은 최근 부산시와 국민의힘 부산시당 간 예산정책협의회 등에서 사직야구장 재건축과 북항 돔 아레나 등의 현안을 9월 안에 정리해 발표하겠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정책을 결정한 뒤 시민 의견을 듣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시민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결정을 내려놓고 시민 의견을 듣는 시늉만 하겠다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시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시민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행정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항 돔 아레나와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둘러싼 혼선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두 사업은 성격과 추진 단계가 다른 만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이미 상당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국비까지 확보된 사업인 만큼 북항 돔 아레나 검토를 이유로 사업 자체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북항에는 북항의 미래 비전을 세우고, 사직에는 사직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며 “사직을 물었는데 북항을 답하는 식의 행정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직야구장의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도 재건축 지연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14일 경기 도중 선수가 타구에 맞아 쓰러지는 응급상황에서 외야 출입문이 제때 열리지 않아 구급차 진입이 지연됐고, 같은 달 30일 폭우 당시에는 관중석 주변 통로에 물이 고이는 등 시설 노후화 문제가 드러났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40년 가까이 된 야구장의 배수와 전기설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미끄럼·낙상은 물론 누전과 감전 등 2차 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단순히 더 나은 관람환경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한 필수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지연이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지적했다.

사직야구장 주변 음식점과 상점뿐 아니라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등 인근 상인과 종사자들에게 야구장 유동인구는 매출과 고용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7월에는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상인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생존권 보호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부산시에 한두 달은 정책을 검토하는 시간일 수 있지만 상인에게 한 달은 임대료와 직원 월급, 가족의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에 △북항 돔 아레나와 분리한 사직야구장 재건축 정상 추진 로드맵 제시 △9월 정책결정과 10월 시민간담회의 선후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 △사업 지연에 따른 지역상권 민생대책 △구급차 진입과 배수·전기설비 등 사직야구장 안전체계 전면 점검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시민들은 이미 약속했던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며 “부산시는 더 이상 모호한 표현으로 시민을 호도하지 말고 사직야구장 재건축에 대한 분명한 답과 정상 추진 일정을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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