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역대급으로 개선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기업 실적이 급증하면서 영업이익률과 세전순이익률 등 주요 수익성 지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실적 역시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6.9%로 직전 최고치였던 전 분기(13.2%)보다 3.7%포인트(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까지 외부감사 대상 2만6509개 법인기업 중 4260개 기업을 표본조사해 집계한 결과다.
이 기간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세전순이익률 역시 15.4%에서 23.1%로 껑충 뛰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도 930.8%에서 1513.4%로 급등했다. 이는 모두 직전 최고치였던 올해 1분기를 웃도는 수치로, 2015년 한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 성장성 지표 역시 눈부신 호조를 나타냈다.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26.7%로 전 분기 증가율(13.5%)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4분기(24.9%)보다 1.8%p 높은 수치다. 직전 분기 0.2%에 그쳤던 총자산증가율도 2분기 들어 6.8%로 대폭 상승했다.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87.0%에서 84.5%(누적 평균치 89.3%)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23.9%에서 22.8%(누적 평균치 24.5%)로 일제히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는 역대급 호황을 맞은 반도체 업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2분기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39.6%로 전 분기(21.1%)의 2배에 육박했다. 반도체 호조에 따른 매출 확대로 기계와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매출액증가율은 전 분기(75.7%)보다 확대된 119.7%에 달해 1년 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했다.
비제조업은 제조업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매출액증가율이 전분기 3.7%에서 9.7%로 반등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운수업 매출액이 중동 전쟁 본격화에 따른 해운 운임 상승과 항공 화물 수요 확대 영향으로 증가(8.1%→13.6%)했고, 반도체 유통사와 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도소매업 매출 역시 7.1%에서 13.7%로 확대됐다. 다만 기계와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제조업(5.1%→24.0%)과 달리, 비제조기업(5.1%→5.0%)의 수익성은 고유가에 타격을 입은 운수업 등을 중심으로 소폭 둔화됐다.
한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반도체 등 특정 업종 쏠림에만 머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4.0%로 둔화되지만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2분기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12.0%, 영업이익률은 7.2%를 나타냈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39.6%) 수치가 워낙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제조업이 기록한 매출액 지표(9.7%)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제조업(7.2%)과 비제조업(5.0%)이 방향성 측면에서 비슷하게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 국내 기업 업황 역시 견조한 AI 투자 수요에 기반한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 팀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3분기 말까지 지속된다면 내수도 회복세를 나타내며 제조업 중심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동전쟁 전개 상황과 미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