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의장 2년 만에 퇴장…키움증권 이사회, 오너 2세·핵심 인사가 공동의장 [질주하는 키움, 커지는 리스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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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이미지=챗GPT)

키움증권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도입했던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를 약 2년 만에 끝내고 오너 2세와 그룹 핵심 인사가 이끄는 공동의장 체제로 전환했다. 권한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를 강화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두 의장 모두 사내이사라는 점에서 이사회의 독립적 감시 기능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키움증권의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현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23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유지해 온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이때 종료됐다. 대신 박성수 사외이사를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로 지정했다.

이사회 지도부는 석 달 뒤 다시 바뀌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6월 27일 제7차 이사회에서 지배구조내부규범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 규정에 ‘수인의 이사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이어 같은 회의의 다음 안건으로 김동준 사내이사를 공동의장에 추가 선임했다.

공동의장 선임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날 곧바로 오너 2세를 의장단에 합류시킨 셈이다. 내규 개정안과 김 사장의 공동의장 선임안에는 당시 참석한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해 이사 7명 전원이 찬성했다.

김 공동의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후계자로 평가받는다. 이 부회장은 키움증권 창립 멤버로 대표이사 등을 거친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다. 이사회 회의 소집과 의사 진행을 맡는 의장 자리가 오 일가와 오너 측 핵심 인사에게 동시에 돌아간 구조다.

두 사내이사 사이의 역할 분담이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독립적인 견제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동의장 사이에 권한을 나누더라도 이사회 운영의 주도권이 모두 내부 경영진에 머문다면 사외이사의 견제 권한이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데 따른 보완 장치로 박성수 선임사외이사를 뒀다. 회사 이사회 규정은 선임사외이사의 업무 가운데 첫 번째로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회의의 소집 및 주재’를 명시하고 있다.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는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이 주요 현안과 경영진 견제 방안을 독립적으로 논의하도록 한 장치다.

하지만 연차보고서의 ‘사외이사만의 회의 개최 내역’에는 2025년 개최 실적이 ‘해당 사항 없음’으로 기재됐다. 2024년에도 사외이사만 참석하는 별도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법령상 사외이사회의 개최 횟수가 별도로 의무화돼 있지는 않지만, 선임사외이사의 핵심 업무로 명시된 독립적 논의 창구가 실제로는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은 셈이다.

회사는 박 선임사외이사가 지난해 이사회 12회와 감사위원회 7회, 내부통제위원회·보수위원회 각 2회에 모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법인 설립과 계열사 간 상표권 거래 등의 안건에서 법령 준수 여부와 이해상충 가능성, 내부통제 체계의 적정성에 관한 의견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표결 결과만 놓고 보면 이견은 드러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2025년 이사회를 12차례 열어 보고·의결 안건 114건을 처리했으며, 연말 재임 사외이사 4명의 원안 찬성률은 모두 100%였다. 사외이사의 높은 찬성률만으로 이사회가 경영진의 결정을 추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별도 사외이사 회의가 열리지 않은 상황까지 고려하면, 이사회 내부에서 오너 일가와 경영진을 상대로 실질적인 견제와 반론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공동의장 체제는 올해도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3월 26일 이현·김동준 사내이사를 임기 2027년 정기주주총회까지 공동의장으로 다시 선임했다. 선임사외이사는 박성수 사외이사에서 김용진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형식적 요건을 넘어, 이들이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와 운영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 측은 “권한 집중을 방지하고 상호 견제를 통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명의 의장이 역할과 권한을 나눠 이사회를 운영함으로써 특정인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보수위원회, ESG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각 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본지가 공개된 이사회 규정을 확인한 결과 두 공동의장 간 구체적인 권한 배분 방식은 명시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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