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북미 공급망 구축
포스코 ‘완결형 현지화’ 결실…2031년 해외 조강 1000만t 목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한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가 첫삽을 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포스코그룹은 북미를 시작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을 넓히는 ‘완결형 현지화’에 속도를 낸다.
현대제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YUNDAI-POSCO Louisiana Steel·HPLS)’ 기공식을 개최했다. 총 58억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HPLS 전기로 제철소는 올해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양산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기공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주주사 관계자를 비롯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트로이 카터·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정관계 인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이경은 주휴스턴 총영사 등 한국 정부 주요 인사 등 25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세계를 대표하는 철강 기업”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협력이 태평양 양쪽의 경제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HPLS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다. 연산 270만t(톤) 규모로 조성되며, 전체 생산능력의 약 67%에 달하는 180만t을 자동차용 강판으로 생산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까지 공급망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철소가 들어서는 도널드슨빌은 인근에 대형 철도사 노선이 지나고 미시시피강을 활용한 육·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파나막스급 약 7만t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구축도 가능해 원료 반입과 제품 출하에 유리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생산거점과도 접근성이 높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해 통상 리스크를 낮추고 현지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HPLS가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구축한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공급망도 미국으로 확장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20년 만에 미국에서도 철강 생산부터 자동차 제조까지 이어지는 생산체계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은 기공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현재 철강을 약 2000만t 수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1000만t은 고부가가치 특수강”이라며 “저탄소강을 여기서 생산하게 되면 해당 물량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생산에 따른 관세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관세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관세가 목표는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품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저탄소강과 고부가가치강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라 양쪽에서 모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강 활용처를 자동차 밖으로 넓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 회장은 HPLS에서 생산한 철강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스페이스X 같은 로켓에도 철강을 공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PLS는 탄소저감 생산체제 전환의 전진기지 역할도 맡는다. 첫 공정인 직접환원설비(DRP)에서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해 철스크랩과 함께 전기로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인다. 현대제철은 향후 HPLS 생산체계가 안정화되면 미국에서 확보한 관련 기술을 국내에도 확대 적용해 탄소저감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할 방침이다.

포스코그룹에도 HPLS는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추진해온 ‘완결형 현지화’ 전략의 첫 결실로 꼽힌다. 원료 조달부터 생산·판매·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현지에서 연결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현지 고객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스코그룹은 HPLS를 통해 북미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고부가 저탄소 자동차강판의 현지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해 보호무역 장벽으로 진입이 제한됐던 북미 철강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멕시코 생산법인에도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기공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점점 분절화돼 미국 시장에서의 강재나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면서 “여기에서 나오는 강재를 현대차뿐 아니라 멕시코에 있는 우리 공장을 통해 저희가 갖고 있는 고객인 GM, 포드 등에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또 “HPLS 전기로 제철소에서 짓는 저탄소 공법이 아직 자동차에 쓰이는 최고급 강판재의 성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며 “직접환원철, 전기로에서 나오는 강재가 자동차에 쓰이는 최고급 강재로 가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가진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자동차강판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를 통해 2031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1000만t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 철강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며, 4월에는 인도 JSW스틸과 연산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영 투자공사 다난타라와 현지 일관제철소의 조강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생산 확대를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해외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생산체제 전환과 미래 고부가 제품 연구개발(R&D)에 다시 투자해 글로벌 시장의 양적 성장을 국내 생산거점의 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