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에 뛰어들면서 ‘퇴근길 주문’을 둘러싼 거래소 간 경쟁이 본격화한다. 넥스트레이드(NXT)가 선점한 저녁 시간대에 한국거래소가 폭넓은 거래 종목을 앞세워 진입하면서 거래소 간 수수료와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범한 NXT가 사실상 독점해온 장 마감 후 실시간 거래시장에 한국거래소가 참전하면서 두 거래소가 경쟁도 격화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의 8월 코스피·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833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말 기준 상장 종목은 2874개,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6090조6292억원에 달했다.
NXT도 출범 1년여 만에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NXT의 8월 거래대금은 354조5050억원으로 하루 평균 17조725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거래대금 144조7845억원과 비교하면 144.85% 증가한 규모다.
NXT 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주(24~28일) 투자자별 거래대금 비중은 개인이 83.7%로 가장 높았고 외국인 13.0%, 기관 3.4%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개인 비중은 87.0%, 외국인은 11.1%, 기관은 1.9%였다. 1년 사이 개인 비중은 낮아지고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높아지면서 투자 주체도 점차 다양해졌다.
특히 애프터마켓은 직장인 투자자의 이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NXT 애프터마켓 거래대금 가운데 3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했다. 정규시장 운영시간에 주식을 거래하기 어려운 직장인이 퇴근 전후 애프터마켓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전도 시작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투자지원금 2000원을 매일 고객 3000명에게 지급하는 사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NXT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 혜택과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애프터마켓 거래 안내와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NXT와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 거래를 지원하며 고객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진입으로 저녁 시간대 거래 대상이 확대되자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와 혜택을 앞세워 신규 거래 수요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제도 개편 이후 오후 4~8시에는 한국거래소와 NXT에서 동일한 종목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다. 기존 한국거래소의 오후 4~6시 시간외단일가매매는 폐지된다. 대신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하면 즉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두 거래소의 경쟁력은 엇갈린다. NXT는 1년 넘게 프리·애프터마켓을 운영하며 확보한 이용자와 낮은 거래 수수료가 강점이다. 한국거래소는 NXT의 600여개보다 폭넓은 거래 종목과 정규시장 운영을 통해 구축한 시장 기반을 앞세울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에서는 시장관리 종목 등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대부분을 거래할 수 있다. NXT에 포함되지 않아 저녁 시간대 거래가 불가능했던 중소형주까지 거래 대상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초기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스마트주문시스템(SOR)이 꼽힌다. SOR은 한국거래소와 NXT의 가격, 거래비용, 주문 수량과 체결 가능성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자동 전송한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마련한 최선집행기준에 따라 주문이 두 시장으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수수료가 낮은 거래소가 모든 주문을 가져가는 구조는 아니다. 즉시 체결하려는 주문은 거래가격과 수수료를 합산한 총비용이 중요하고, 특정 가격에 주문을 쌓아두는 경우에는 호가 잔량과 체결 가능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조건이 같을 때 우선하는 거래소도 증권사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진입이 애프터마켓 전체 규모를 키울지는 지켜봐야 한다. 거래 종목이 늘어나고 NXT를 이용하지 않았던 투자자가 새로 유입되면 전체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기존 NXT 이용자의 주문이 한국거래소로 이동하면서 두 거래소가 이미 형성된 거래대금을 나눠 갖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XT에서 애프터마켓이 이미 운영되고 있어 한국거래소가 참여한다고 전체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NXT로 이동한 거래와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경쟁의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간 경쟁이 투자자의 실질적인 편익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한국거래소와 NXT가 수수료와 주문 체결, 거래 정보 등에서 경쟁하면 증권사와 투자자의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거래 가능 시간이 같아진 뒤에는 어느 시장이 더 많은 종목과 호가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에 대체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에 진입한다고 시장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황이나 기업의 펀더멘털을 넘어서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