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마련됐지만…기업 현장은 ‘데이터 신뢰성’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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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회계기준원 기념세미나 개최…6~12월 KSSB 파일럿…이행지원 본격화
KB금융·SK하이닉스, 스코프3 산정·추정치 한계 등 실무 애로
기업별 준비 격차도 커…전문가 “드라이런·단계적 지원 필요”

▲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회계기준원 개원 27주년 기념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국내 의무공시 준비 향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박민석 기자 min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마련되면서 기업의 관심이 기준 자체에서 실제 이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과 제조업 현장에서는 스코프3를 비롯한 가치사슬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가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선도 기업조차 데이터 수집과 추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기업별 준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행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은 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개원 27주년 기념세미나 ‘지속가능성 공시, 새로운 기준의 시대’를 열고 공시기준과 기업 준비 상황,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기업이 현장에서 마주한 어려움과 실무적 쟁점을 국제 기준 제정 논의 과정으로 옮겨 우리 시장의 현실이 국제기준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서로 다른 제도가 이중의 부담이 아니라 하나의 준비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연사로 나선 윤석현 홍콩대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가 투자 판단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시의 질과 비교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ESG 투자의 질이 양보다 더 중요하다”며 “투명하고 신속한 ESG 공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의 ESG 사고가 원청기업의 주가와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는 수출 제조업 중심인 만큼 공급망 ESG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고 밸류에이션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주성호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실장은 “기준 제정 이후 이제 이행지원으로 나가는 단계”라며 기업의 공시 준비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 실장은 회계기준원이 공시 관련 질의응답(Q&A) 체계를 운영하고 6월부터 업종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준 적용 과정의 쟁점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스코프3 데이터 확보와 신뢰성 문제가 공통 애로로 제기됐다. KB금융은 금융배출량 산정 범위를 넓힐수록 실제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거나 측정하지 못한 거래기업까지 포함돼 추정치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배출량을 직접 측정할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원천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윤재 KB금융지주 부장은 “금융배출량의 진짜 숙제는 단순히 측정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채우는 데이터의 품질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출발점인 기업의 원천 데이터 자체가 정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배출량 측정 지원과 업종별 가이드라인, 표준 배출계수, 신뢰도 높은 공공 데이터베이스(DB) 등 공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협력사와 거래하는 제조업에서도 같은 고민이 제기됐다. 이승준 SK하이닉스 팀장은 스코프3 공시 준비 과정에서 협력사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지속가능성 공시에서 기업이 리스크를 스스로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8월부터 관련 TF를 구성해 공시 준비에 나섰다. 이 팀장은 약 1900개 1차 협력사 가운데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고 실측치를 보유한 곳은 더욱 적다며 “산정 방식에 따라 배출량 수치가 최대 3~4배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단계적 안착과 기업의 실무 준비 방안이 논의됐다. 백태영 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위원은 “산업기반 공시만이라도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업종별 핵심 정보를 우선 공시하면 국제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추가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기업별 준비 수준의 격차가 큰 만큼 2028년 첫 의무공시에 앞서 실제 공시 일정에 맞춰 연결 종속기업의 데이터를 사전에 취합·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전체 종속기업 데이터를 1월 말까지 마감할 수 있는지 반드시 사전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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