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외국인 유학생 정책도 단순한 유치 확대에서 벗어나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체류관리, 한국어 능력 및 학업·생활 지원을 강화하는 단계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졸업 후 취업과 지역 정착을 지원해 국가와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관련 제도 전반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
이제는 유학생 유치 규모뿐 아니라 교육의 질과 학업 성취, 대학 간 편입·이동, 장학금, 졸업 후 취업과 체류자격 전환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시급히 공론화해야 할 과제가 국립대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이다. 현재 외국인 등록금은 대학별 차이가 크고, 책정 기준과 장학금 지급 방식도 서로 다르다. 일부 대학은 내·외국인에게 유사한 등록금을 부과하는 반면, 다른 대학은 외국인 등록금을 별도로 책정하거나 내국인보다 높은 비율로 인상하고 있다. 대학이 재정 여건과 유학생 유치 전략에 따라 등록금을 결정하고 있지만, 특히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립대에서 외국인 등록금을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책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기본 방향이나 사회적 합의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국립대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낮은 것은 교육원가가 낮아서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국가와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금으로 대학 운영비와 교육시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재정 지원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국립대 등록금을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
이는 국적에 따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고등교육 재정을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지원하고 교육비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원칙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내국인에게는 국가재정 지원이 반영된 등록금을 적용하되, 장학금이나 등록금 감면 등 별도의 정책적 지원 대상이 아닌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교육원가와 추가적인 교육·지원 비용을 반영한 등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립대가 국가재정을 지원받으면서 외국인에게도 낮은 등록금을 적용하면 사립대보다 유학생 유치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해지고, 국립대와 사립대 간 유학생 유치 경쟁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주요 영어권 국가는 대체로 내국인과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구분한다. 미국 공립대에서 외국인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주외 등록금은 주내 거주 학생 등록금의 약 2.7배이며, 캐나다의 외국인 학부 등록금은 내국인 평균의 약 5.4배이다. 동일한 기준의 전국 평균 통계가 제한적인 영국과 호주도 대표적인 학부과정의 등록금 수준을 비교하면 외국인이 각각 내국인의 약 2~3배와 4~5배를 부담한다.
다만 대학과 전공에 따라 실제 차이는 달라질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공립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자국민이나 지역 거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등록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학이 책정한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내국인에게 크게 나타나는 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등록금 격차도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상당히 줄어든다.
프랑스도 국립대학의 비유럽권 유학생에게 학사과정은 내국인의 약 16배, 석사과정은 약 15배의 등록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대학이 장학금이나 등록금 감면 제도를 통해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감면 대상 외국인 유학생은 내국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등록금을 부담한다. 반면 독일은 국민의 고등교육 기회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대부분의 주립대학에서 내국인에게 등록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상교육 원칙을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각국은 고등교육 재정 여건과 인재 유치 전략에 따라 공립대학의 외국인 등록금과 장학금 제도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외국인 유학생 교육을 국가 인재 확보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국제교육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과 생활비 지출은 국가와 지역에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많은 대학은 외국인 등록금 수입을 교육과정 개발, 우수 교원 확보, 연구역량 강화와 교육 인프라 개선에 활용한다. 또한 입학서류 검증, 비자·체류관리, 언어교육, 학업·생활 상담과 취업 지원 등 유학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확충한다.
이러한 재투자는 교육의 질과 유학생 만족도를 높여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우리 국립대도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단순히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는 수입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 산정 근거와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수입의 일정 부분을 유학생 교육과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재투자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대폭 인상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은 우수 인재 유치를 어렵게 하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의 교육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교육원가와 국가재정 투입 수준, 유학생 지원비용 등을 고려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 국립대는 대학과 전공별 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학업 역량이 우수하거나 국가 전략산업과 지역 주력산업에 필요한 전공자, 국내 취업·정착 가능성이 높은 학생에게는 정부와 대학이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맞아 국립대의 공공성, 국·사립대 간 공정한 경쟁,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기회와 국가 인재 확보를 균형 있게 고려한 합리적인 등록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