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하도급법 ‘구멍’⋯미정산 떠안는 중소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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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변경·공기 연장에도 추가 공사비 못 받아”
을지로위 접수 해외 하도급 조정 신청 7건

▲해외 건설현장에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AI 생성)

해외 건설현장에 진출한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면서 자금난과 법적 분쟁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473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해외법인 간 계약 등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이 불분명해 국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 건설현장에서 중소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을 떠안으면서 경영난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해외법인 간 계약 등으로 하도급법 적용 여부가 불분명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지 못하는 등 국내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하도급업체들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다.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대금·임금 미지급 문제를 국제소송으로 해결하려면 현지 법률 검토와 변호사 선임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업체 입장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분쟁 대응 비용까지 떠안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접수된 해외 건설 하도급 관련 조정 신청은 총 7건이다. 모두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진행한 사업 또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법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공정위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들 사건의 미지급 공사비는 평균 200억원에 달한다.

주요 피해 유형은 △해외 파견 노동자 임금체납 △하도급 대금 미지급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이다. 수급사업자 A사는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현장에 근로자를 파견해 근무하던 중 하도급 대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임금체납까지 겪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원청·상위업체·원사업자·수급사업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진행돼 대금 지급과 책임 소재가 복잡했다.

수급사업자 B사는 D 건설사 컨소시엄의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수주를 지원하고도 컨설팅 대금을 받지 못했다. B사는 D 건설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직원을 알제리에 파견해 약 40차례 현지를 오가며 수주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사업 수주에 성공했지만 컨설팅 대금 지급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자 을지로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해외법인 간 계약이나 해외 현장이라는 이유로 국내 제도를 통한 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해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을 개정했다. 국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형식적으로 국외 법인을 설립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양측의 실질적인 관계가 인정되면 하도급법상 거래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침 개정만으로 하도급제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공정위 지침만으로 해외 법인 간 하도급거래에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과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하도급법에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하도급 거래의 법 적용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내 원사업자와 국내 수급사업자 간 국외 건설위탁에도 하도급법을 적용하고, 원사업자 또는 수급사업자의 계열회사인 외국법인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거래에도 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국내 중소 건설업체들이 공사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거래를 겪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구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외 건설업계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해외 건설현장이 하도급법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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