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산림사업 관련 10개 업체 조사…사주 일가 자금출처까지 추적

산불 피해 복구공사는 유령업체로 따내고, 회삿돈은 명품시계를 사거나 가족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데 쓴 업체들이 국세청 조사망에 걸렸다. 지역을 옮겨 다니는 ‘메뚜기 입찰’로 이들이 낙찰받은 복구공사는 약 230억원, 전체 탈루혐의금액은 약 7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사주 일가의 자금출처까지 추적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범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와 가공원가 계상 등의 혐의가 확인된 산림사업 관련 10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유령업체를 동원한 부정입찰은 형사상·행정상 제재와 별개로 세무상 위법·탈루행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부정입찰로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없도록 해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이 동원한 유령업체는 41개다. 이들은 조사대상기간 중 산불 피해 복구사업 입찰에 6500여회 참여해 260여회 낙찰받았다. 지역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제한 입찰규정을 피하려고 사업장도 수시로 옮겼다. 한 업체는 5년간 사업장을 16차례 이전했다.
경북에서 산림사업을 하는 한 사주는 A사 등 6개 업체를 동원해 충남·충북·전북까지 사업장을 옮겨 다녔다. 산불 복구공사에 약 300회 입찰해 약 20회 낙찰받았다. 입찰에 필요한 사업실적을 맞추려고 업체끼리 수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혐의가 있다.
실제 근무하지 않은 배우자 등 명의상 대표자에게 급여 명목으로 법인자금 약 10억원을 빼낸 혐의도 포착됐다. 산림기술 자격 보유자에게는 자격증 대여료 수억원을 급여로 위장해 지급하고, 일용근로자의 근무지와 근로기간을 중복 기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약 10억원의 가공원가를 반영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강원에서 사업을 하는 또 다른 사주는 B사 등 6개 업체를 동원해 약 200회 입찰하고 약 20회 낙찰받았다. 이들 업체는 약 20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일용근로자 지급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약 30억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주는 법인카드로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등 수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우자는 별다른 소득 없이 약 20억원의 부동산을 취득해 자금출처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유령업체를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와 소득 분산, 자격증 대여료의 급여 위장, 허위 비용 처리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령업체가 낙찰받은 공사를 실제 사업자가 수행하면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지출하지 않은 돈을 ‘잡비’와 ‘기타 비용’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는 5월 시작한 산불 복구사업 세무검증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최근 6년간 조달청 입찰공고 내역 등을 토대로 5331개 업체를 추린 뒤, 낙찰금액 합계가 10억원 이상인 138개 업체의 거래내역을 분석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죄가 확인돼 조세범 처벌법상 요건을 충족하면 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공공계약 입찰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산불 유령업체들의 탈루 세금을 철저히 추징할 것”이라며 “부당이익을 유출해 편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주 일가에 대해서는 자금출처까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