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은 내리고 외식비는 오르고…엇갈린 ‘8월 장바구니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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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토마토 가격 내렸지만 쌀·쇠고기는 여전히 높은 수준
가공식품 1.5%·외식 2.7% 상승…먹거리 품목별 온도 차

▲8월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상추를 고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8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5% 내렸다. 폭염과 강우에도 채소와 과일 공급이 비교적 원활했던 영향이다. 하지만 축산물과 외식비는 상승세를 보였고 쌀과 쇠고기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장바구니 안에서도 품목별 체감물가가 크게 엇갈렸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분석한 결과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6.7% 하락했지만 축산물은 1.5% 상승했다. 두 부문을 합친 농축산물 물가는 3.5% 내렸다.

반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같은 기간 3.1% 올랐다. 농축산물 물가에는 수산물과 가공식품, 외식비가 포함되지 않는다. 농축산물 가격이 내렸다는 수치만으로 전체 먹거리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 농산물 6.7% 하락…배추·토마토 내렸지만 쌀은 예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농산물 가격 하락은 채소와 과일이 이끌었다. 농산물 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은 올해 1월 0.9%에서 3월 -5.6%, 6월 1.1%, 7월 -2.2%를 거쳐 8월 -6.7%로 하락 폭을 키웠다. 최근 강우와 폭염에도 전반적인 작황이 양호했고 배추와 토마토 등 상당수 품목의 가격이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도 8월 사과 출하량이 전년보다 19%, 햇배는 15.6%, 포도와 복숭아는 각각 8%, 5.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토마토와 수박, 애호박, 오이 등 과채류도 생산과 출하 증가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8월 물가지표도 대체로 이 같은 전망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쌀은 예외였다. 지난해 생산량 감소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뒤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쌀 20㎏ 소매가격은 7월 초부터 6만1000원 안팎에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21일 기준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1396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5% 높았다. 전월과 비교하면 0.02% 내리는 데 그쳤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줄어 햅쌀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어 수확기 작황과 출하가격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한편 배추와 토마토처럼 가격이 크게 떨어진 품목은 농가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가격 하락 품목을 대상으로 포장재와 농약 등 농자재 할인, 주산지별 출하 조절, 전용 판매대 운영과 소비 촉진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 안정과 농가 경영 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 축산물 1.5% 상승…상승 폭 둔화에도 쇠고기는 강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축산물은 농산물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월 6.2%, 7월 4.4%에서 8월 1.5%로 낮아졌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상승 폭은 둔화했다. 농식품부는 대규모 할인행사와 생산량 회복 등이 축산물 가격 상승세를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계란은 가축전염병으로 줄었던 생산량이 8월 들어 회복되면서 산지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산지가격 안정을 위해 추석 성수기까지 수입 신선란 공급과 납품단가 인하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쇠고기는 높은 가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육우 사육 마릿수와 도축 가능 물량이 줄어든 데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생산 감소와 높은 환율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생산자단체와 함께 할인 지원을 통해 한우 구매 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 가공식품 1.5%·외식 2.7% 상승…누적 원가 부담 반영

▲김밥의 주재료인 쌀과 계란, 김 등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김밥 한 줄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김밥가게.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가공식품과 외식비는 농산물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농식품부가 국가데이터처 조사를 분석한 결과 8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보다 1.5%, 외식 물가는 2.7% 상승했다.

가공식품과 외식은 작황이나 출하량뿐 아니라 원재료 가격과 환율, 포장재, 유류비, 인건비, 임대료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농산물 가격이 내려도 누적된 비용이 시차를 두고 제품가격과 음식값에 반영될 수 있다.

실제 농식품부와 aT의 올해 2분기 식품산업 경기동향조사에서는 원자재 구입가격 상승 원인으로 물가·금리·환율 등 국제경제 변동을 꼽은 응답이 63.9%로 가장 많았다. 중동 사태 이후 높아진 원재료와 에너지 비용도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제와 자금을 지원하고, 업계에 가격 인상 품목과 인상 폭 최소화를 요청하고 있다. 할인·판촉 행사를 확대하고 가격 인상 시기를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원재료와 인건비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결국 8월 장바구니 물가는 품목별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배추와 토마토 가격은 내렸지만 쌀과 쇠고기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가공식품과 외식비도 상승했다. 추석 먹거리 물가는 햅쌀 작황과 성수품 출하량, 축산물 생산 회복, 국제 원재료 가격과 환율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최근 농축산물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추석 명절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수급 상황을 꼼꼼히 살피고 가격 불안 요인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주요 성수품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을 통해 국민들의 먹거리 부담을 최대한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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