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강제송금·선내 통신 차별도 ‘강제노동 징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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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 이주노동자 피해 식별지표 세분화…3일부터 시행
승선 전 구금·상륙 제한·국적 따른 근로조건 차별 등 포함

▲어업 이주노동자 피해 식별지표 강화 인포그래픽 (해양수산부·성평등가족부)
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급여를 고용주나 중개업자 계좌로 강제 송금하거나 휴대전화·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가 강제노동·인신매매 피해를 판단하는 지표에 포함된다.

해양수산부는 성평등가족부와 함께 ‘인신매매 등 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대한 지표’를 개정해 3일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피해자 식별지표는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 수사와 현장 점검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정부는 선박이나 외딴 양식장·염전 등 외부와 단절되기 쉬운 작업 환경을 고려해 어업 분야에 특화된 세부 지표를 마련했다.

개정 지표에는 이주노동자의 급여가 본인 계좌에 입금된 뒤 중개업자나 고용주, 이들이 지정한 제3자의 계좌로 강제 이체·송금되는 행위가 경제적 통제 수단으로 명시됐다. 고금리 대부계약과 연대보증을 이용해 노동자를 채무 관계에 묶어두는 행위도 포함됐다.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계약서를 사전에 검토하지 못하거나 생필품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도록 강요받는 사례도 피해 징후로 판단한다. 선원이 거주지나 근로계약 체결지가 아닌 항구에서 하선했을 때 귀국에 필요한 법정 최소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도 식별 대상이다.

물리적 통제와 관련해서는 단순 노무직으로 알고 취업한 노동자를 원거리 조업선에 태우거나 계약서에 없는 업무에 투입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부상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외국인 선원에게 내국인보다 비싼 식비를 받는 등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정당한 이유 없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선내 연락수단 사용을 제한하거나 항구 정박 중 상륙허가서를 발급하지 않는 행위도 강제노동 피해 징후로 본다.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승선 전 이동이 제한된 장소에 구금하거나 정상 조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사업장 변경을 막는 행위 역시 점검 대상이다.

가족에게 채무 이행을 요구하거나 계약 연장 거부, 비자 무효화, 강제 추방 등을 내세워 부당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도 정서적 통제 지표에 새로 반영됐다. 선원이 하선하면 지역 내 다른 선박에 승선하지 못 하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례도 포함됐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근로·휴게시간뿐 아니라 숙소와 위생·보건시설 등에서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노동력 착취 판단 기준으로 명시했다. 피해자가 착취에 사전에 동의했거나 인신매매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피해자 판단과 법적 보호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했다.

이번 개정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권고한 어업 분야 특화 지표 개발을 이행하기 위해 추진됐다. 성평등가족부와 해수부는 시민사회단체와 선원노조 등의 의견도 반영했다.

김성철 성평등가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어업 분야는 선박이나 외딴 작업장 등 외부와 단절되기 쉬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때도 있어 피해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피해 징후를 세밀하게 살피고 조기에 발견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어업 분야에 특화된 내용이 식별지표에 추가됨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예방과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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