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비투자 수요에 기업금융 확대⋯건전성 관리 과제
가계여신 증가액의 4배⋯취약 업종·개인사업자 리스크 변수

5대 은행이 지난 1년간 늘린 대출의 80%가 기업으로 향했다. 가계대출 규제 속에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기업금융에 드라이브를 건 데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업황 회복과 설비투자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기업대출이 은행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지만 대출을 확대한 5개 은행 중 4곳의 부실지표가 악화하면서 ‘양적 확대’와 함께 건전성을 지키는 것이 하반기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6월 말 기업여신 잔액은 1102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은 20조3000억원 늘어난 77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액의 네 배가 넘는 돈이 기업으로 흘러간 셈이다.
전체 기업·가계여신 증가액 103조3000억원 가운데 기업여신이 차지한 비중 역시 80.4%에 달했다. 기업여신은 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한 수치다. 농협은행의 신용카드 여신은 별도 항목으로 분류돼 합계에서 제외했다.
은행권은 기업여신 확대를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른 단순한 자금 재배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기업금융을 강화한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업황 회복과 설비투자 확대가 실제 자금 수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와 별개로 생산적 금융을 중심에 둔 전략을 이어왔다”며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업황 회복과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의 자금 수요도 기업여신 증가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4곳의 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대출 가운데 원금이나 이자를 정상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의 비중을 나타낸다.
하나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7%에서 0.61%로 0.24%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44%에서 0.53%, 신한은행은 0.38%에서 0.39%로 높아졌다. 농협은행도 공시된 기업 고정이하여신액을 기업여신 잔액으로 나눈 비율이 0.55%에서 0.59%로 올랐다. 국민은행만 0.47%에서 0.34%로 낮아졌다.
기업여신 증가가 부실지표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금리와 내수 부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취약 업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느냐가 하반기 기업금융 확대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반도체·첨단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경영 안정과 성장을 위한 자금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하반기에도 기업금융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며 “반도체·첨단산업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비외감기업과 개인사업자(SOHO) 등 취약 차주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업종별·차주별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한다. 부실 우려 차주에는 채무조정과 조기 정상화 지원을 병행해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건전성 부담을 관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