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가 해양수산부 이전 직원과 가족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억 원의 시민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실제 부산 거주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부산시의회에서 제기됐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부산을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시키는 핵심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주소 이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열 부산시의원(국민의힘·연제구2)은 1일 부산시의회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주지원금 지급 과정의 검증 부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부산시는 '부산광역시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해수부 이전 직원들의 정착을 위해 이주정착금과 관사 제공 등에 총 404억680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주정착금은 세대당 최대 2000만 원, 가족 1명당 최대 400만 원까지 지급된다. 현재까지 집행된 이주정착금만 41억2000여만 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이번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이주정착지원금 9억2000만 원을 추가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이 돈이 실제로 부산에 정착한 직원과 가족에게 지급되고 있는지를 부산시가 얼마나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느냐다.
이 의원은 "해수부 직원과 가족들의 부산 정착을 돕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부산시는 실제 거주 여부를 검증하는 자체 시스템 없이 주민등록등본 확인과 행정안전부의 사실조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의 사실조사가 비대면 방식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주민등록 주소는 부산으로 옮겼지만 실제 생활 기반은 다른 지역에 두고 있는 경우까지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이 의원은 "시민 혈세가 새는 구멍을 고치기는커녕 이주 인원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예산부터 증액하는 것은 무책임한 편의주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복지 지원 대상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면서 공공기관 이전 직원에 대한 정착지원금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서류 확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차상위계층 지원사업은 소득과 재산을 면밀히 조사하는 반면 이전기관 정착비는 서류 한 장으로 통과되는 것은 성실히 납세하는 시민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안으로 데이터 기반의 실거주 검증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충북혁신도시가 주민등록상 6개월 연속 거주 기준을 적용한 사례를 비롯해 서울시와 경기도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생활인구 분석, 충남 당진시의 카드 매출 빅데이터 활용 정책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금 신청 단계에서 데이터 활용 동의를 받고 주민등록 정보와 카드·통신·공간 빅데이터 등을 결합해 실제 거주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부산 거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지원금을 환수하는 등 보다 강력한 사후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정부가 추진하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부산이 향후 추가 공공기관 유치에 성공할 경우 이전 직원과 가족에 대한 정착 지원 규모 역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증 체계 없이 현금성 지원을 확대할 경우 공공기관을 많이 유치할수록 부산시의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은 "과거처럼 검증 없는 일시적 현금 지원을 남발한다면 시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부산시의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이주 직원들의 실질적인 지역 안착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하고 차별화된 유치·정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이전은 단순히 기관 하나의 주소를 부산으로 옮기는 사업이 아니다. 직원과 가족이 부산에 실제로 거주하고 소비하며 지역사회에 정착해야 인구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부산시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겼느냐'가 아니라, '해수부 직원과 가족이 실제로 부산에 정착했느냐'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둔 부산시가 앞으로는 '몇 명을 유치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부산에서 살아가고 있느냐'를 따지는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