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한 개각이 단행된 지 하루 만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사의를 밝히면서 최근 경제정책을 둘러싼 책임론이 인적 쇄신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부동산 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른 가운데, 정책 전반을 조율해온 김 실장 역시 여론 악화의 부담을 피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1일 이를 수리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지 약 15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사퇴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을 둘러싸고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이 상품이 도입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정책 추진 과정에 관여한 김 실장을 향해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 실장도 올 7월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하락기엔 영향력이 두 배로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추가 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상장 폐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장 충격을 이유로 선을 그었다.
야권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고위험 상품 도입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워놓고 뒤늦게 보완책을 찾고 있다며 김 실장을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개각 직후에도 김 실장이 유임되자 야권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정책 논란에 책임져야 할 인물을 남겨놓고 쇄신을 말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만으로 김 실장의 사퇴를 설명하기에는 최근 그에게 쌓인 정치적 부담이 훨씬 복합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세제 개편 논란도 김 실장 책임론의 또 다른 축이었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으로서 부동산 공급과 세제 등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조율해왔다. 지난 7월에도 부동산 상황을 “매우 도전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공급 확대 방침과 실거주 중심의 세제 원칙을 직접 설명하는 등 현안 대응의 전면에 섰다.
결국 주식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 부동산에서는 집값과 세제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정책실장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국민의 자산과 직접 연결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책 논란이 일반적인 부처 현안보다 훨씬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달 30일 개각에서 김 실장이 제외되자 처음에는 ‘정책의 연속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정부는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지만 김 실장은 유임했다. 대미 투자와 통상 현안, 주요 성장전략 등이 진행 중인 만큼 정책 컨트롤타워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여권에서도 개각 직후 김 실장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김 실장의 유임은 개각 직후 곧바로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경제·민생 정책의 혼선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 상황에서 정작 정책 전반을 총괄해온 김 실장이 교체 대상에서 빠지자 쇄신의 진정성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김 실장이 바로 그날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책임론과 무관하게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 실장의 자진 사퇴라는 점 외에 배경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개각에서 유임된 직후 하루 만에 사퇴가 확정된 과정 자체가 최근 김 실장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사퇴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ETF·부동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유임된 점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신뢰해온 대표적인 경제참모라는 점에서 사퇴의 무게가 작지 않다. 정부 출범 이후 경제·산업·재정은 물론 AI·반도체 성장전략과 대미 투자·통상 현안까지 두루 관여하며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최근까지도 주요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며 사실상 경제정책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이번 사퇴는 한 가지 정책의 실패에 대한 문책이라기보다 김 실장을 둘러싸고 누적돼온 경제정책 책임론이 결국 거취 문제로 이어진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실장의 사퇴로 이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쇄신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게 됐다. 대미 투자 협상과 내년도 예산안, 정기국회 법안 처리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책 컨트롤타워를 새로 세워야 하는 데다, 최근 논란이 된 주식·부동산·세제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도 정리해야 한다.
결국 후임 정책실장 인선은 단순히 김 실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최근 경제정책 논란에 대한 이 대통령의 판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