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피했더니 가뭄…말라붙은 물길에 세계 물류 ‘이중고’ [세계 경제 덮친 물 부족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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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자 파나마로 선박 몰려
통항권 평균가 16배↑…가뭄에 수용력은 뚝
라인강 수위 저하…獨 산업현장도 타격

▲지난달 8일(현지시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한 화물선이 운하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파나마시티/AFP연합뉴스)
세계 물류의 ‘혈관’이 전쟁과 가뭄의 협공을 받고 있다. 중동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송로가 막힌 가운데 대체 항로로 부상한 파나마운하는 엘니뇨에 따른 수위 저하로 통항 능력이 위축됐다. 유럽 최대 내륙 수운인 라인강마저 기록적인 저수위에 빠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과 기후변화라는 ‘이중 병목’에 갇혔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뭄으로 파나마운하 운임료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기준 파나마운하의 8월 갑문 주간 통항권 평균 경매가는 하루 110만달러(약 1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배 이상 치솟았다. 대형 선박이 이용하는 네오파나막스 갑문의 평균 낙찰가는 25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SK가스가 1일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기 위한 급행료로 사상 최고인 53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파나마운하로 선박이 몰린 직접적인 계기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중동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석유화학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자 아시아 구매자들이 미국 걸프 연안과 남미로 조달처를 돌렸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 항로인 파나마운하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올해 1월 초 40척이었던 운하 통항 대기 선박은 지난달 초 113척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정작 파나마운하는 늘어난 수요를 받아낼 물이 부족하다. 운하 갑문을 채우는 핵심 수원인 가툰호가 엘니뇨에 따른 강수량 감소로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아거스의 추정에 따르면 가툰 호수의 수위는 1965년부터 2022년까지의 평균보다 낮으며 향후 몇 달 동안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운하청은 가뭄에 대비해 이달 초부터 하루 통항 슬롯을 34개로, 15일부터는 32개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로스 그리피스 아거스 미주 화물 가격 담당 책임자는 “현재 문제는 수위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인데 5월부터 12월까지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잠재적으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던 2023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라인강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독일 내륙수운청(WSV)에 따르면 주요 병목인 카우프 지역의 수위계 수치는 지난달 14일 10㎝까지 떨어져 2018년 기록된 기존 최저 수위(25㎝)를 밑돌았다. 이후 수위가 회복해 30일 72㎝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선박운항 제한 기준인 78㎝는 밑돌았다.

라인강은 곡물·연료·광물 및 공산품을 수송하는 유럽의 주요 동맥 중 하나로, 수심이 얕아지면서 기업들은 점점 더 높은 운송 비용과 적절한 대안의 부재에 직면하고 있다.

충격은 독일 산업 현장으로 번졌다. 일부 생산시설은 원자재 조달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품 출하에도 차질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제품 제조업체, 전력업체, 철강업체 및 농산물 무역업체들은 운송비 상승과 생산량 감소를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화학 기업 코베스트로는 라인강 수위 급강하로 인해 일부 제품 및 납품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독일 화학산업협회(VCI)의 볼프강 그로세 엔트루프 회장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면서 “극도로 낮은 수위로 인해 물류 및 공급망이 점점 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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