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주 일반청약에 증거금 80조9017억원이 몰렸다. 당시 국내 최대 기록이었다. 공모가 10만5000원, 수요예측 경쟁률 1883대 1. 시장이 분리막 사업에 매긴 값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5년여가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SKIET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가액은 SKIET 1주당 1만4783원으로 공모가의 14.1%다. 합병이 성사되면 SKIET 주주는 1주당 SK이노베이션 신주 0.1174540주를 받는다. 합병기일인 내년 1월 1일 SKIET는 소멸한다.
SK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만들어졌다. 당시 SK이노베이션 주주는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분리막을 포함한 소재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한 주주도 있었을 터다. 2년 뒤 SKIET가 별도 상장까지 하면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의 가치는 별도 시장에서 평가받는데, 그 성장성을 보고 이미 값을 치른 모회사 주주가 이를 누리려면 돈을 새로 내고 자회사 주식을 사야 한다는 우려였다.
당시 분리해 별도 상장한 SKIET가 5년 만에 다시 모회사와 합쳐지게 됐다.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다. SKIET는 2024년 2910억원, 지난해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는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사업·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회사를 독립 법인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합병을 통해 비용과 재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판단이다.
합병의 경영상 필요성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판단이 기존 주주에게도 같은 의미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합병 전에는 SKIET 손익의 46.65%가 비지배주주 몫으로 구분됐다. 합병 후에는 분리막 사업 손익이 모두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귀속된다. 기존 발행주식수의 약 2.6%에 해당하는 신주도 발행돼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현재 예정된 소규모합병 방식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주주총회 표결 기회도,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성장 사업을 떼어낼 때 신설회사 주식을 직접 받지 못했던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다시 합치는 과정에서는 지분 희석과 추가적인 손익 귀속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했다. SKIET에 소급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합병은 기업을 떼어낼 때의 명분만큼 그 이후 주주가치까지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사업 재편에는 정답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떼어낼 때도, 다시 합칠 때도 같은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 그 결정으로 주주는 무엇을 얻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