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 무상 등록금에 사립대 반발⋯“지역 살리려다 소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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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64.5% “국·사립 구분 없이 전액 국가장학금 지원해야”
지역거점국립대 진학 의향 4.3%p↑…지역사립대는 2.2%p↓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2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강문정 기자 kangmj@)

정부가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하자 사립대 총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립대에만 등록금 전액 지원이 집중될 경우 지역 사립대의 학생 모집난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지역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2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역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정책의 재설계를 촉구했다.

정부·여당은 25일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을 완화해 지역균형발전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사총협은 정책이 수도권 대학으로 향하는 학생을 지역으로 돌리기보다 지역 사립대 학생의 국립대 이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총협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24일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7년 지역 국립대 무상 등록금 지원 관련 조사’ 결과가 근거다.

조사 결과 현재 지역거점국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27.6%였지만 등록금 전액 지원 조건을 제시하자 31.9%로 4.3%포인트(p) 높아졌다. 반면 지역 사립대 진학 희망 비율은 6.6%에서 4.4%로 2.2%p 떨어졌다.

응답자의 64.5%는 ‘국·사립대 구분 없이 전액 국가장학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5.0%였다. 수도권 사립대 진학 희망자의 70.2%, 수도권 국·공립대 진학 희망자의 67.0%, 지역거점국립대 진학 희망자의 61.2%가 국·사립 구분 없는 지원에 동의했다.

전민현 사총협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같은 지역에 살고 있음에도 단순히 국립대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등록금을 모두 지원하고 사립대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한다면 과연 그 기준이 공정한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회장은 지역 사립대의 위축이 지역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4개 사립대를 분석해 보면 인구소멸지역에 위치한 대학이 약 51개”라며 “이런 지역의 학생들이 장학금 때문에 지역 국립대로 몰려가면 소멸 지역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얻고자 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등록금 지원만으로 수도권 대학 선호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학 선택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대학의 인지도와 평판’이 57.1%로 가장 높았고 ‘취업 가능성과 진로 전망’ 54.5%, ‘희망 전공과 교육·연구환경’ 39.3% 순이었다. ‘등록금과 장학금’은 25.8%였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62.5%였다.

전 회장은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대학의 브랜드 가치나 교육 경쟁력, 취업 기회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지 등록금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등록금을 지원한다고 수도권으로 갈 학생들을 지역으로 돌릴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총협은 장학금 지원 기준을 대학 설립 유형이 아닌 학생과 지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립대냐 사립대냐를 따지는 대신 인구소멸지역 등 지원 필요성이 큰 지역의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전 회장은 “정책을 만들 때 한 번도 공청회나 우리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다”며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를 것이 아니라 소멸지역에 있는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소멸지역을 살리고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총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 사립대 학생에게도 국립대 수준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국·사립대 간 균형 있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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