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뿐 아니라 약사도 입원 환자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다학제팀의료’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료계 전문가들의 요구가 거세다. 입원 환자는 고령이고 만성질환을 여럿 보유한 경우가 많고, 투약하는 약물의 수도 많아 입원의학전문의와 병동전담약사가 면밀히 협업해 치료하는 시스템이 환자 안전에 필수라는 주장이다.
25일 한국병원약사회와 대한병원의학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 필수의료를 지키는 협력의 힘’ 정책토론회를 열고 환자안전과 치료 성과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다학제팀의료는 입원 병동에서 환자의 안전한 회복과 투약 관리를 목표로 이루어지는 협진 시스템이다. 입원전담전문의와 병동전담약사가 두 전문가가 병동 회진을 함께 돌거나 긴밀하게 소통하며 치료 계획을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외래 진료나 수술을 병행하지 않고 병동에 상주하며 주치의로서 입원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전문의로, 2016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21년 수가가 신설되며 정식 제도화했다. 병동전담약사는 입원 환자의 처방 내역을 검토하고 복약 지도를 하는 등 입원 병동을 전담하는 병원약사로, 해외서는 널리 도입됐으나 국내에는 정식 제도화되지 않았다.
다학제팀의료가 필요한 이유는 입원 환자 진료가 갈수록 복잡해져서다. 이정환 인하대학교병원 입원의학과 교수(대한병원의학회 대외협력이사)는 “대다수 입원 환자는 고령이고, 복용하는 약이 10개 내외로 많다”라며 “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분절적이고 정보가 파편화된 현재의 체계에서는 환자의 전체 병력과 약제를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병원 내 의료진의 근무 형태와 역할을 고려하면 다학제팀의료 도입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이 제한적이고, 이들의 전문성과 의료적 판단에도 한계가 있다”라며 “진료지원 간호사가 법제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없으면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원의학전문의가 진단과 치료 결정을 총괄하고, 진료지원간호사가 처치와 모니터링 등 신속한 대응을 담당하며 병동전담약사가 약물 조정과 복약 관리를 실시하며 약물 상호작용을 점검하는 전문성 통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학제팀의료가 입원 환자의 사망을 줄이는 효과는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20년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논문에서 의사 단독(Physician-Only) 진료 모델과 다학제팀(MDT) 진료 모델이 환자의 원내 사망률(In-Hospital Mortality)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 MDT 모델(0.67)은 의사 단독 모델(0.98)과 비교해 환자의 원내 사망 위험이 약 33% 낮았다.
일본에서는 병동전담약사가 참여하는 다학제팀의료가 정식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병동전담약사가 한 병동에서 주 2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병원 전체에 상근 약사가 2인 이상이고, 모든 병동에 전임 약사를 배치하는 것이 기본 요건이다. 이를 갖춘 의료기관에는 약제정보 관리 실적과 연수 등에 따라 가산이 적용돼 보상에 반영된다.
이민지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임상약료파트장은 “연구에 따르면 회진에 약사가 참여할 경우 약에 대한 궁금증을 즉시 해결할 수 있어 환자당 회진 시간이 23.8분에서 20.7분으로 단축됐고, 의사가 약물 업무에 쓴 시간이 7.5분에서 4.3분으로 줄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라며 “약사가 퇴원 회의에 참석해 30일 재입원율이 20.2%에서 12.3%로 낮아진 효과도 확인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파트장은 “중증도가 높은 병동부터 병원전담약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위해 회진 참여, 처방 중재, 수용 여부까지 반영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시범 수가로 시작해 성과를 확인한 뒤 본 수가로 전환하는 단계적 도입 방식이 적절하며, 병원 내 병동전담약사 상주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약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투약 이력 조회를 할 수 있도록 접근 권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