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개편 허점 노출
불가피한 사정 반영하기에는 한계
거센 비판에 與 ‘비거주 사유’ 확대

이재명 정부는 주택 수보다 보유 목적을 따져 세금을 매기는 부동산 세제개편을 추진했다. 집을 한 채만 가졌어도 직장 변경 등 정부가 규정한 일부 '부득이한 사유' 없이 거주하지 않으면 투자용으로 보고 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부동산세 강화↔완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1주택자라도 소위 '보유 목적별'로 과세 강도를 달리하는 시도였지만, 이사·전세가 잦은 국내 부동산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여당이 사실상 수용하면서 경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의 부동산 분야를 관통하는 원칙은 '실거주 보호 및 비거주·고가주택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정상화'다. 기존 세제가 주택 수와 보유기간 등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갈랐다면, 이번 안은 1주택자라도 실거주 여부 등 보유 목적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시가 20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시가 13억원)으로 낮췄다. 고령·장기보유 1주택자에게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종부세 세액공제도 보유에서 거주기간 중심으로 전환한다. 1세대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3주택자 이상은 내년 70%, 2028년 이후 80%로 높이기로 했다.
현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를 적용해 합산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정부안은 2028년 거주 연 6%·보유 연 2%로 조정한 뒤 2029년부터 보유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8%씩 최대 80%를 적용하기로 했다. 장특공제 한도도 신설했다. 2028년 최대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까지 공제한다.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비거주 주택이나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에 과도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시장 상황과 진보·보수 등 정권 성향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급등에 대응해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추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금융위기와 거래 침체 등에 대응해 보유세·취득세 부담을 낮췄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율을 높이고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징벌적 과세로 보고 종부세 기본공제 인상 및 세율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추진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부동산 증감세 흐름에서 더 나아가 실거주 여부·임대·투자 등 보유 목적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거주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불가피한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증가, 임대차 시장으로 이어질 연쇄 부작용 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거주 주택의 보유·양도세 부담이 동시에 늘면 집주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거나, 늘어난 비용을 임대료에 반영하면 결국 세입자에게 비용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실거주가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최장 3년간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간주하겠다며 직장 변경·전근, 부모 봉양 등을 제시했지만, 저마다 불가피하게 비거주할 사정이 다른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3일 고위당정협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민주당은 1주택자의 거주·비거주를 구분하지 말자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때문에 향후 정부안 수정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복구하거나 실거주와 같은 14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부세 부담 상한도 정부안은 현행 150%에서 200%로 올리기로 했는데, 종부세 상향 충격 완화를 위해 현행을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당정협의에서 "종부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개편은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세제가 역대 정권을 넘어 한 정부에서도 여론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1주택 비거주 규제는 갭 투자를 조금 줄일 수는 있겠지만, 전월세 가격 상승 등의 역효과도 있다"며 "정부가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만들고 그걸 더 늘린다는 것도 결국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 정책이 다시 바뀌는구나, 라는 기대가 생기면 정책효과는 반감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 수정안을 만들 경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4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이지만, 현재까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재경부 입장이다. 다만 부동산 세제 관련해 여러 쟁점과 논란이 남아있는 만큼 기존 안을 제출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손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