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금산법 10% 룰' 걸린 삼전, 현금배당 집중

나란히 역대급 주주환원에 나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배당',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전량 소각'을 택했다. 각 사 지배구조 규제와 오너십 차이가 환원 경로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주주환원 규모를 90조~110조원으로 확정했다. 기존 역대 최대치(2020년 20조30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우선 3분기 중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현금배당을 선제 집행하기로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2407만주) 자사주를 3개월간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환원 목표도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두 회사의 접근법을 가른 핵심 배경으로는 '지배구조 규제'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이 지주사 지분율 방어에 직결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난달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규제 마지노선인 20% 턱밑까지 낮아진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SK스퀘어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정반대 규제에 묶여 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초과해 가질 수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삼성전자 합산 지분율은 정확히 10.00%로 턱 끝까지 찼다. 만약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수를 줄이면 금융 계열사 합산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돼, 두 계열사는 규제 준수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구조도 변수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이 사실상 전무해 배당 확대가 오너 일가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67%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확대 시 직접적인 현금 유입이 발생하는 구조다.
단기 주가 및 수급 측면에서는 즉각적인 자사주 매입에 돌입한 SK하이닉스의 탄력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입 시작일인 이달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씩 사들이고 있다. 이는 일평균 거래량의 12~15%에 달하는 규모로 강력한 하방 지지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두 회사의 차이를 '우열'이 아닌 '환경에 맞춘 최적화'로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최대 110조원 현금을 환원할 수 있는 압도적 현금창출력을 입증했다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가치 제고와 수급 안정을 동시에 노렸다는 설명이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경쟁의 시대에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투자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했고, 그 성과를 얼마나 지속해서 주주와 공유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