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75% 급감에도 AI 올인⋯알리바바, ‘14조원’ 홍콩 사상 최대 증자 [미·중 AI 투자전 ①]

美 빅테크 맞서 AI 자금조달전 가세
국부펀드 등 수요 몰려 증자 규모 확대
3개년 설비투자 절반 가까이 집행
‘빅쇼트’ 버리, 수익성 악화 우려 지분 정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무역 박람회에서 알리바바 부스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빅테크들의 AI 투자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양국 모두 AI 모델·데이터센터·반도체를 아우르는 ‘풀스택’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양상이다.
절대적 투자 규모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앞선다. 올해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의 설비투자 계획만 총 7250억 달러(약 100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투자 증가 속도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텐센트의 2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8배, 바이두는 세 배 각각 급증하는 등 미국과 격차 좁히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익 훼손을 감수하고라도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미·중 양국 빅테크의 베팅이 향후 AI 패권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순이익이 75% 급감한 상황에서도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홍콩증시 사상 최대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빅테크와의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보통주 7억1000만 주를 주당 112.70홍콩달러에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종가 대비 3.6% 할인된 가격이다.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홍콩증시 역사상 최대이자 미국 알파벳과 인텔에 이어 올해 전 세계 세 번째 규모를 달성하게 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이번 유상증자에 국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수요가 몰려 청약이 초과 달성됨에 따라 알리바바가 증자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번 알리바바 유상증자는 미국 역외 거래로 분류돼 미국 투자자들은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100%를 반도체에서부터 인프라, AI 모델 개발 및 배포를 아우르는 이른바 ‘풀스택(full stack)’ 구축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금 배분을 어디에 얼마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당장 필요한 컴퓨팅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자본투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회사는 이미 3개년 설비투자 계획의 절반 가까이를 이미 집행했다. 알리바바는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기존 3년에서 2.5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에 시장의 우려는 고조됐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앤스로픽과 오픈AI에 도전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면서 이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부진한 중국 내수가 주력 사업인 온라인 소매 사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분기 알리바바의 순익은 AI 투자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75% 급감했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공매도로 큰돈을 벌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알리바바의 유상증자 계획이 알려지자 “유상증자를 지지할 수 없다”면서 최근 알리바바 지분 정리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투자 자본 수익률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AI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 이후 미·중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군비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은 공격적인 회사채 발행 등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국도 자본투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대표 빅테크 3사의 2분기 자본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배 급증한 1318억위안(약 27조원)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 기술기업 경영진은 AI 붐에 대해 계산된 무책임함으로 접근해왔다”면서 “그들은 현재의 수익만으로는 지출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AI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래에 대한 믿음 때문에 투자를 자제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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