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복지·인프라 예산까지 잠식
고금리 차환에 ‘파멸의 악순환’ 우려
주담대·기업 조달비용까지 압박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600조원)를 넘어섰지만 시장은 숫자 자체보다 여기에 붙는 이자를 더 우려했다. 고금리가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늘어난 이자를 갚기 위한 차입이 다시 부채를 불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40조달러 돌파 자체보다 고금리로 빠르게 불어나는 이자 부담을 더 큰 문제로 지목했다.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0조달러 같은 문턱을 넘는 것이 관심을 끌겠지만 부채의 역학관계를 바꾸는 마법의 숫자는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미 국채 금리 상승”이라고 말했다.
과거 저금리로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미 정부는 더 높은 금리로 새 국채를 발행해 기존 빚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추가 차입까지 겹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를 충당하려 다시 빚을 내는 이른바 ‘둠 루프(Doom Loop·파멸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026회계연도 들어 현재까지 미 정부가 부담한 이자 비용은 1조17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또 이자 비용은 의료와 사회보장에 이어 미국 연방예산에서 세 번째로 큰 항목으로 올라섰다. 국채 이자는 새로운 공공서비스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자 지출이 늘수록 경기침체나 금융위기 같은 충격에 대응할 재정 여력도 줄어든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서 “고령화로 향후 10년간 지출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적자도 좀처럼 줄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3%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난달 기준 이 비율은 6%에 달했다. 이자 비용이 늘수록 국방·복지·인프라 등에 투입할 재정 여력도 줄어든다.

부담은 가계와 기업으로도 번진다. 국채 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자동차 대출,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악재다. 르네 알브레히트 DZ뱅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5% 이상으로 치솟은 것에 대한 고통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는 정부의 이자 비용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비용도 늘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선거까지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기금리 상승세를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전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우려도 여전하다. 프랭클린템플턴 산하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맥킨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장기금리를 실제로 낮추는 것은 경기 둔화나 이란 분쟁 해결인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