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고려인 단체 회장 파벨 김의 라스베트
파벨 김은 4월 북러 농산물 공급 합의 때 관여한 인물

24일 헤르손 주정부 관계자는 본지에 “라스베트가 헤르손주 농산물 애그리게이터(집하·유통 담당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라스베트는 지역 농업 생산자들의 농산물을 취합하고 상품 단위로 묶어 출하 물량을 구성하며 유통망 등을 통한 후속 판매를 조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애그리게이터와 농업 생산자·유통망 간 협력 체계를 가동하기 위한 조직적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헤르손주는 농산물 판매를 위한 통합 플랫폼을 설립하고 이를 도울 애그리게이터를 선정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달 10일만 해도 공식 자료를 통해 라스베트를 잠재적 선정자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최종 선정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라스베트는 헤르손주 고려인 단체 회장인 파벨 김이 설립자로 있는 회사다. 2023년 8월 자본금 1만 루블(16만원)로 설립됐고 곡물, 콩류, 유지작물 종자를 재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평균 인원은 세 명 정도 되는 중소회사로 순이익은 1640만 루블로 기록됐다.
중요한 것은 파벨 김이 4월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에서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지사와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가 만나 농산물 거래를 합의하던 당시 현장에 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당시 헤르손주와 북한은 식물성 기름, 밀가루, 가공식품 등을 시범 공급하는 데 동의했다.

헤르손주는 우크라이나 영토로, 전쟁 후 러시아가 지역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헤르손 병합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지금의 살도 주지사를 임명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현지매체 헤르손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170만 t(톤) 가까운 곡물이 이미 수확됐다. 게오르기 키리옌코 헤르손주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렇게 헤르손주에서 수확된 곡물을 지역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애그리게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잔주세페 필리 미국 제임스매디슨대 정보분석학과 조교수 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대학 선임 연구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점령지를 자국 영토에 더 깊숙이 통합할 계획”이라며 “헤르손이 여전히 전쟁 지역이고 러시아가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식량 자급자족과 거리가 멀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 대응 방안을 놓고 이미 북한과 러시아 정권이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냉전 종식 후 만성적으로 식량 부족을 겪어왔고 코로나19 기간에 그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2022년 다시 악화했다”며 “결국 양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분명히 일치하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