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지원·도농 교류로 상생 확대
지역 서사 담은 도심 팝업 확산

농심 라면 ‘너구리’에 들어가는 다시마는 45년째 전남 완도 금일도에서 조달된다. 1982년 출시 이후 누적 수매량은 1만8000톤(t)을 넘었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지역 상생이 일회성 기부나 단순 특산물 매입을 넘어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사업 모델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장기 계약재배와 생산 기반 지원은 물론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제품과 도심 체험 공간에 접목하는 단계로 협력 범위도 넓어졌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기업과 지역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로코노미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코노미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색을 살린 상품과 브랜드를 소비하는 현상이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검증된 국내 산지와의 장기 계약은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대기업의 유통망과 브랜딩 역량을 활용해 1차 농산물의 판로를 넓히고 지역 인지도를 높이려는 수요가 크다.

실제 주요 식품사들의 프로젝트는 뚜렷한 정량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라면 너구리에 쓰이는 전남 완도 금일도산 다시마를 45년간 누적 1만8000t 이상 수매하며 어가에 탄탄한 판로를 제공해 왔다. 꿀꽈배기에 들어가는 국산 아까시꿀도 매년 약 160t씩 사들이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한 청년농부 육성 사업을 통해서는 선급금 지급과 멘토링을 병행하며 5년간 감자 1793t을 전량 사들여 귀농 청년의 안착을 도왔다.
농심 관계자는 "계약재배와 장기 수매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방어하는 목적을 넘어 대량 생산 제품의 필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조달 변동성을 낮추는 핵심 기반"이라며 "농가에는 확실한 판로를 기업에는 품질 안정성을 안겨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는 장기 스테디셀러와 시즌 기획 양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20년간 의성군과 협력해 온 '의성마늘햄'은 최근 3년간 매년 약 100t의 마늘을 사들이며 브랜드 가치를 다졌다. 5월에는 독일 DLG 국제식품품평회에서 10개 품목이 품질상을 받았다. 행정안전부와 협력한 '맛있는 대한민국 상생로드' 역시 2024년 부여 알밤 시리즈가 한 달 만에 완판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고창 꿀고구마 시리즈는 생산량을 70% 늘렸음에도 2주 만에 전량 소진됐다.

최근의 상생은 단순 매입을 넘어 생산 기반 지원과 도심 체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농심은 양봉농가에 스마트 기자재와 질병 진단키트를 보급하고, 롯데웰푸드는 매년 소비자가 직접 산지를 찾는 '의성마늘햄 가족캠프'(경쟁률 33:1)를 열어 도농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도심 팝업스토어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상그룹은 다음달 5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괴산 찰떡합격런' 팝업스토어를 연다. 무주·양구·영양에 이어 4년째 이어온 '지식존중(地食尊重)'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과거 선비들이 거쳐 가던 연풍새재, 수옥폭포 등 괴산의 명소를 재현하고 대표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를 활용한 약과와 식혜 등을 선보이며 청년층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지역 홍보와 특산물 소비를 동시에 이끌어낼 방침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로코노미는 일방적인 시혜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의 원료 조달 경쟁력과 지역의 생존 전략이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서사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상생 생태계가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