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금지’ 논쟁... 동물보호와 주민 생활권 사이 [수사와 재판]

기사 듣기
00:00 / 00:00

최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 활동을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에서는 길고양이의 배설물과 야생조류 포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에서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먹이를 주는 행위를 국가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합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문제의 쟁점과 의미를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AI 생성)

7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길고양이 관리 방식을 둘러싼 상반된 요구가 제기됐다.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청원’은 사유지나 공동주택 공용부분, 공원·하천·녹지 등에서 관리자의 동의 없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급식시설을 설치·방치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반면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청원도 제기된 상태다. 길고양이 문제는 단순히 먹이를 끊는 방식이 아니라 중성화 수술(TNR), 개체 수 관리, 지정된 장소에서의 책임 있는 급식, 잔여 음식물과 배설물 처리 등 체계적인 관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청원은 약 9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캣맘 활동을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주변 주민의 생활권이다. 특정 장소에 지속적으로 먹이를 놓으면 길고양이가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모이고, 울음소리와 배설물, 악취, 남은 사료로 인한 해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공동주택에서는 한 사람이 선의로 시작한 급식행위의 결과를 다수의 입주민이 지속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길고양이의 생명과 복지가 중요한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다른 주민의 재산권과 쾌적한 생활환경보다 언제나 우선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책임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도 있다. 먹이를 주는 행위는 고양이를 특정 장소에 지속적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발생시키지만, 그로 인해 늘어난 배설물이나 소음, 번식 등에 대해서까지 급식자가 책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먹이를 줄 자유’를 인정하는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주변 주민에게 넘기는 구조라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생태계 보호 필요성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철새도래지나 야생생물 보호지역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장소에서는 길고양이의 포식이 조류나 소형 야생동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즉 실제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먹이 공급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생태계 보호라는 공익을 위해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캣맘 활동을 금지하고 곧바로 형사처벌하는 것도 적절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형벌을 부과하려면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인지 명확해야 한다. 한 차례 사료를 준 경우까지 처벌할 것인지, 구조나 TNR을 위해 일시적으로 먹이를 놓은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법률에 일일이 규정할 수는 없다.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정하거나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긴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먹이주기를 금지하면 길고양이의 숫자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먹이 공급이 줄어들면 번식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그 효과가 곧바로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기존의 길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 다른 주거지역이나 상가, 음식물쓰레기 배출 장소로 이동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쓰레기봉투 훼손이나 새로운 지역의 민원으로 문제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급식을 금지할 경우 단순히 고양이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서울호수공원 고양이 구역에 사는 길고양이.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DB)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면 허용과 전면 금지 사이에 다양한 관리방식이 존재한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정책이 다르다. 일부 지방정부는 공공장소 등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등록된 길고양이 집단에 대해 먹이와 물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탈리아는 적극적인 관리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원래 집단으로 돌려보내고, 등록된 관리자가 길고양이 집단을 돌보는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의 경우 주민들과 협의해 급식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고양이가 먹을 만큼만 제공한 뒤 용기를 회수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방식이 활용되는 지역도 있다.

결국 캣맘 활동은 선한 행위이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거나, 반대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급식 장소와 방법, 사후관리 책임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반복적인 급식으로 악취·배설물·해충 발생 등 주민의 생활환경에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정한 관리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규제는 형사처벌보다는 단계적인 행정적 수단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회적인 급식까지 제재하기보다는 사유지나 공동주택 공용부분 등 제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구체적인 생활환경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먼저 시정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급식이 허용되는 장소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남은 사료와 배설물 청소, 중성화 사업 참여 등 일정한 관리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동물을 보호하려는 선의는 존중하되, 그로 인한 부담이 일방적으로 주변 주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주민의 생활권이나 공중위생에 실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다만 모든 먹이주기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급식 장소와 방법, 청소 등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제재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금융팀,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