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빙 면적 역대 9번째로 낮아…7000㎞ 지름길 뒤엔 기후위기

실제 올해도 북극의 얼음은 평년보다 적다. 해양수산부가 미국 국립빙설정보센터(NSID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5일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약 561만9000㎢로 위성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9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평년 같은 시기 약 730만㎢와 비교하면 약 168만1000㎢ 작은 규모다. 특히 바렌츠해와 카라해를 중심으로 연안 해빙이 많이 감소했고 시베리아 연안에서도 해빙 경계가 북상하고 있다.
이런 북극의 변화 속에서 22일 부산항신항을 출발하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국내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며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은 처음이다. 부산에서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과 네덜란드, 폴란드를 찾은 뒤 10월 5일 돌아오는 45일간의 여정이다.
10년 전 해수부는 북극항로를 북극해 얼음이 녹는 7~10월에 이용할 수 있는 계절 항로로 설명했다. 당시에도 선박의 내빙 성능과 운항 시기에 따라 쇄빙선 없이 운항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10년 전에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연간 5~6개월 정도로 늘었지만, 이 기간 내내 쇄빙선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빙 상태와 선박의 내빙 성능 등에 따라 쇄빙선 지원 필요 여부가 달라진다.
이번 시범운항은 북극의 얼음이 크게 줄어드는 시기를 택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22일 부산을 떠나 30일께 북극해역에 진입해 다음 달 7일께 빠져나온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북극해를 통과하는 일정이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북극해의 빙하가 많이 녹는 시점인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운항하기 때문에 쇄빙선이나 기타 지원 선박 없이 단독으로 운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더 길어질 운항 가능 기간이다. 해수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빙 감소로 현재 5~6개월 수준인 북극항로 운항 가능 기간이 2040년에는 8~9개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40년 북극항로 상업화를 목표로 내빙선 확보와 항만·물류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에는 새로운 기회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약 2만㎞를 항해해야 하지만 북극항로는 약 1만3000㎞로 7000㎞가량 짧다. 항해 거리가 줄면 운항 기간과 연료비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이 '지름길'이 넓어지는 배경에는 빠르게 사라지는 북극의 얼음이 있다. 올해 8월 중순 해빙 면적이 관측 역사상 9번째로 낮아진 것처럼 해빙 감소가 이어질수록 선박이 다닐 수 있는 기간은 길어진다. 해운업에는 기회지만 북극 생태계와 기후에는 경고 신호다.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나 파나마운하와도 성격이 다르다. 사람이 육지를 파서 만든 길이 아니라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물러난 자리에 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7~10월에 주로 이용했던 북극의 뱃길을 정부는 2040년 8~9개월짜리 항로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해운업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7000㎞ 짧은 길이 넓어지는 것이지만, 그 길이 넓어지는 현상 자체가 기후변화의 또 다른 단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