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자산가치·수익가치 종합한 공정가액 적용
이사회 의견서·외부평가·특별이해관계 공시 의무화

상장사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이 특정 시점의 시가 중심에서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액 기준으로 바뀐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저평가 시점을 선택하거나 주가를 누르는 유인을 차단하고,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합병뿐 아니라 분할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등 조직개편 거래에도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상장법인이 계열회사와 합병할 때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계약체결일 또는 이사회 결의일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간, 1주일간,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10% 범위에서 할인·할증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합병가액이 시장가격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지배주주 등이 유리한 거래조건을 만들기 위해 시장가격이 낮은 시기를 골라 합병을 추진하거나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모든 합병 등 조직개편 거래의 가액 산정 때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자산가치는 순자산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눠 산정하고, 수익가치는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나 배당할인모형(DDM) 등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계산한다.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가격 산정방식도 바뀐다. 현재는 주주와 법인 간 협의, 시가, 법원 판결 절차를 거쳐 가격이 결정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시가 대신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금액이 적용된다. 공정가액 도입 취지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과정에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절차적 공정성 장치도 강화된다.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현재 시행령에 있던 관련 의무를 법률로 상향해 규범력을 높인다.
객관적인 제3자의 외부평가도 의무화된다. 회사는 가액이나 거래조건의 적정성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일반주주는 이사회 의견서와 외부평가 자료를 통해 합병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계열회사 간 합병 등에서는 특별이해관계 공시도 추가된다. 가족·친인척, 지배회사, 계열회사, 임원, 사실상 지배자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사이에 채무보증, 담보제공, 임원 겸직 등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정보 비대칭성이 줄고, 개정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와 결합해 일반주주의 권리구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된다. 금융위는 제도 변경 사항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정비하고, 합병 등 조직개편 거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