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주 12% 급등에도 ADR 프리미엄 30%대 지속
주주환원책 발표에도 증권가 "가격 괴리 해소 한계"

SK하이닉스 본주를 두고 서학개미들이 미국 시장에서 40%가 넘는 웃돈을 얹어주며 주식예탁증서(ADR)를 쓸어 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 역대급 자사주 소각 발표로 국내 본주의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커졌지만, 정작 본주와 ADR 간 가격 괴리율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미국 주식 중 SK하이닉스 ADR 순매수 규모는 8억3464만달러(약 1조1642억원)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전체 순매수액 50억8100만달러(약 7조825억원) 가운데 16.4%가 SK하이닉스 ADR 한 종목에 집중됐다.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본주는 전장 대비 9.75% 급락한 150만원에 마감했다. 반면 같은 날 미국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ADR은 0.35% 오른 156.16달러(약 2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ADR 1주가 본주 0.1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므로 적정 본주 가격은 ADR 1주의 10배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19일 기준 본주 가격은 ADR 환산 가격의 6.82배에 불과해, ADR이 본주 대비 약 46.67%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전날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 본주가 전 거래일 대비 12.73% 급등한 169만1000원에 장을 마쳤으나, 본주 가격은 여전히 ADR의 7.68배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 기준으로도 ADR은 본주 대비 30.18%의 프리미엄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날부터 3개월간 진행하는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 본주의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주환원책 발표 효과로 전날 정규장 개장 전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본주는 7.73% 오른 161만6000원에 거래되며 기대감을 선반영했고, 이어진 한국거래소 정규장에서도 12.73% 오른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40조원 자사주 카드가 본주와 ADR 간 벌어진 가격 괴리율을 해소하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효과를 ADR도 동일하게 누리는 데다, 근본적으로 두 상품 간 '대체가능성(Fungibility)'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형성된 높은 프리미엄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 차이라기보다 펀저빌리티가 제한된 상황에서 발생한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양방향 전환이 자유롭다면 차익거래가 발생해 갭이 좁혀지겠지만, 현재는 전환 제약으로 차익거래가 원활히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국내 본주의 수급 개선과 주당가치 상승을 통해 본주 리레이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자사주 소각 자체가 ADR과 본주의 가격 괴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직접적인 트리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ADR 발행 물량이 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하고 발행 한도로 인해 본주의 ADR 교환이 사실상 불가능해 프리미엄이 축소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며 "대규모 주식 매입이 한국 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급 요인으로 일정 수준 격차가 줄 수는 있겠지만, 본주 리레이팅 시 ADR 주가도 함께 오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미국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메모리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데다 자사주 소각 효과를 ADR도 동일하게 받는다"며 "격차가 축소되기보다는 두 자산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