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롯데·HD현대 석화 합병 조건부 승인⋯LDPE·EVA 가격 인상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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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1호 사업재편 결합 심사…"국내 시장 과점 심화·가격 인상 우려" 판단
향후 5년간 수출가격 인상률 내로 국내 가격 제한...전 제품군 공급 의무 부과
임직원 겸임 금지 및 정보 교환 차단…"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 피해 예방"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롯데케미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간 석유화학 사업재편 기업결합에 대해 가격 인상 제한과 공급 유지 의무 등을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 일부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서 과점 구조가 굳어지고, 실질적인 경쟁이 제한돼 가격이 인상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20일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및 HD현대케미칼이 추진 중인 '대산 1호'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에서 물적분할(2026년 6월 2일)된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 존속법인인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합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해 공동으로 지배하게 되며 충남 대산 산업단지 내 양측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이 통합 운영된다.

공정위는 양사가 공통으로 영위하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및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LDPE는 농업용 필름이나 종이컵 코팅에, EVA는 신발 밑창이나 태양전지 필름 등에 주로 쓰이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다.

결합 전 4개(한화, LG, 롯데, HD현대)였던 해당 시장의 경쟁 사업자는 결합 후 3개(한화, LG, HD현대)로 줄어든다. 합병 법인과 경쟁사 2곳이 생산능력 기준 50대 25대 25의 비율로 시장을 점유하게 되며, 판매량 합산 점유율은 75%를 넘어선다(LDPE 82%, EVA 95%).

공정위는 이 같은 과점 구조 심화가 사업자 간 가격 담합 등 협조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0년대 공급 과잉 시기 국내 LDPE 시장에서 담합이 10여 년간 지속된 사례가 있고, 롯데케미칼이 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과 추진 중인 또 다른 사업재편(여수 1호)까지 고려할 때 합작 법인 간 지분 연계로 인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신규 진입자로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오던 HD현대케미칼의 경쟁 압력이 사라지는 '단독 효과'도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합병 법인이 저수익 그레이드(세부 규격)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경우 대체 거래선을 찾기 힘든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전반적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공정위는 5년간 유효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주요 내용은 △LDPE·EVA의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제한 △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모든 그레이드 제품에 대해 수요자 요청 시 공급 유지 △경쟁 민감 정보(가격, 수량, 원가 등) 교환 금지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 금지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제1호 기업결합을 신속히 심사해 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조치로 중소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시장 경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와 별개로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업계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 방안을 추후 공정위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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