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이 다가오면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의약품 시장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RSV 유행이 이어져,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예방접종 권장 시점이 도래한다.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특히 그동안 RSV는 마땅한 예방 수단이 없었지만, 최근 수년 사이 백신과 예방항체가 잇따라 상용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선택지가 대폭 늘어났다. RSV는 영유아나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현재 국내 RSV 예방의약품 시장은 타깃 연령층과 작용 기전에 따라 영유아를 겨냥한 ‘예방항체’와 성인 및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으로 구분된다. 예방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이 분야에서는 MSD의 ‘엔플론시아’와 사노피 및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베이포투스’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베이포투스는 2024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해 국내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1회 접종으로 유행 시즌 전체에 걸쳐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2022년 유럽의약품청(EMA),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각각 획득해 일찍이 상용화했다.
엔플론시아는 올해 6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베이포투스가 체중과 접종 시점에 따라 50mg과 100mg 등 다른 용량을 선택해야 하는 것과 달리, 엔플론시아는 105㎎ 단일 고정용량을 1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엔플론시아 역시 지난해 6월 미국, 올해 4월 유럽에서 각각 허가를 획득해 주요 선진국 시장에 진출했다.
성인 및 고령자 대상 백신 시장은 GSK, 모더나, 화이자의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에 출시돼 접종 가능한 선택지는 GSK의 ‘아렉스비’가 유일해, 해당 백신이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아렉스비는 지난 2024년 12월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로 인한 하기도 질환 예방 백신으로 국내 처음 허가를 받은 뒤, 지난 7월 18세 이상 고위험군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체내 면역 반응을 증강하는 면역증강제(AS01E)를 포함한 것이 아렉스비의 차별점이다. 면역증강제는 면역세포가 항원을 오래 기억하도록 돕는 면역 기억 형성에 관여해, 1회 접종만으로 세 번의 RSV 유행시즌(매년 가을~이듬해 봄)에 걸쳐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행을 주도하는 두 가지 바이러스 아형인 RSV-A와 RSV-B를 동시에 예방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화이자가 14일 ‘아브리스보’의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아브리스보는 임신 28~36주 임부 접종을 통해 생후 6개월까지의 영아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에 60세 이상 성인과 18~59세 고위험군 성인 대상 적응증도 보유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주도했던 모더나 역시 RSV 기반 백신인 ‘엠레스비아’의 국내 허가를 2025년 12월 획득한 바 있다. 6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60세 미만 RSV 고위험군 성인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보했으며, 조제 과정 없이 바로 투여할 수 있도록 사전충전형 주사제(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공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방항체와 백신 시장 모두 글로벌 빅파마들이 일찌감치 선점 효과를 누리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RSV 백신 후보물질 ‘EuRSV’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예방항체 후보물질 ‘RSM01’을 각각 1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RSV 예방항체 및 백신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전 세계 RSV 예방항체 시장은 오는 2032년 약 45억달러(6조3459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앤드 마켓(Research and Market)은 전 세계 RSV 백신 시장이 오는 2028년 약 95억3000만달러(13조4353억) 규모까지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