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기지표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 부채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고착화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금리를 밀어 올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bp(1bp=0.01%포인트) 오른 5.31%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3bp 상승한 약 4.72%를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장기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또 정부의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장기채의 전통적인 매수층으로부터의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 부진이 확인됐다. 미 재무부가 13일 실시한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낙찰금리가 5.21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앞서 실시된 10년물 국채 입찰의 낙찰금리 역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안슐 프라단 바클레이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장기 채권 매도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판단에 변화가 없다”며 “재정 면에서의 예상치 못한 하방 리스크나 AI관련 채권 발행 속도 둔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전략 전환, 부진한 경제 지표 지속 등 몇 가지 요소가 나타나야 장기 채권에 대한 투자에 긍정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가 둔화했는데도 장기금리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7월 고용은 예상 밖으로 감소했고 소매판매도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오르며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 것이 장기물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과 재정지출 확대도 장기적인 물가·재정 불안을 키우고 있다.
단기물과 장기물의 움직임도 뚜렷하게 갈렸다. 2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는 113bp까지 확대돼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