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리딩방에 들어간 지 두 달째다. 일부러 찾아 들어간 건 아니었다. 증권사 SNS 계정 몇 곳을 팔로우했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칭 계정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일명 '매니저'라는 사람은 증권사 공식 계정인 양 주식 정보를 주겠다며 자꾸 텔레그램 링크를 보냈다.
증권사 SNS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사칭 계정이 있다'는 팔로워들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처리할 방법이 없어 계속 신고만 넣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매니저’의 초대로 들어간 리딩방에는 K씨가 있었다. 100여 명의 리딩방 회원들은 그를 교수라고 불렀다. 어느 대학 교수냐고 매니저에게 따로 물어보니, 실제 교수는 아니고 탄탄한 경력과 전문성에 대한 존경을 담은 존칭이라고 했다.
K교수의 프로필 사진은 누가 봐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었다. 가는 뿔테 안경에 단정하게 넘긴 살짝 희끗한 머리, 미간의 주름과 단호한 입매까지. ‘신뢰감’을 인물로 형상화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두 달간 지켜본 리딩방의 하루는 잘 짜인 연극 같았다. K교수가 장중 ‘단기 급등주’를 추천하면 곧바로 참여자들이 “3,295원에 1만 주를 샀다”며 연달아 거래 인증 사진을 올렸다. 자칭 장기 회원들은 “교수님 말만 따르면 돈 잃을 일은 없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며칠 뒤에는 큰돈을 벌었다는 회원이 등장해 수익을 과시했다.
K교수가 추천한 ‘단기 급등주’는 대체로 올랐다. 하지만 손실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K교수는 두 단계로 대처했다. 우선 참여자를 탓했다. 지시한 정확한 타이밍에 사고팔지 않았다고 지적하거나(“자금이 분산되면서 힘이 한 곳으로 모이지 않았어요”), 정보가 새어나가 효과가 떨어졌다고 했다. (“시장은 정보 싸움이에요. 우리 계획이 상대에게 알려지면 당연히 뜻대로 안 되죠. 가족들에게도 비밀 유지 잘합시다”).
그 다음으로는 ‘손실 만회 급등주 신청서’를 받았다. 손실을 본 만큼 전보다 수익률 높은 종목을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어떤 종목을 추천해주는지 궁금했지만, 손실을 인증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두 달간 K교수에게 추천받은 종목은 총 7곳이다. 이 중 4곳은 시가총액 300억원 초반, 2곳은 주가가 1000원 선에 턱걸이했다. 둘 다 해당하지 않는 종목은 1곳뿐이었다. 공교롭게도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과 겹쳤다. 7월부터 한국거래소는 종가 기준 30거래일간 동전주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시가총액이 기준치(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내년 300억원) 미만인 상장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단순한 우연인지 고민이 깊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