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보다 보상·시설 이전 관건⋯협의 속도가 좌우”

정부가 주요 도심 공급부지의 착공 시점을 앞당겼지만 시설 이전과 주민 협의, 보상 등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절차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일부 사업지는 당초 제시했던 중간 일정부터 늦어진 만큼 2029년 첫 삽을 위한 새 시간표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태릉 CC와 과천 경마장·방첩사, 성남 여수2·금토2 등 1·29 공급부지의 착공 일정이 기존보다 앞당겨졌다. 태릉CC는 2029년 9월, 과천 경마장·방첩사는 같은 해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는 등 당초 2030년이었던 착공 시점을 2029년으로 조정했다.
실제 사업별 시간표를 보면 남은 절차는 촘촘하다. 태릉CC는 1·29 당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등을 병행해 2030년 착공할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올해 하반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마치고 2027년 3월 지구지정, 2028년 상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9년 상반기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간 뒤 같은 해 9월 주택을 착공하는 것으로 일정을 앞당겼다. 당초 2030년 착공을 전제로 했던 선행 절차를 2029년까지 압축해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과천 경마장·방첩사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최종 주택 착공은 2030년에서 2029년 12월로 앞당겼지만 경마장은 첫 단계부터 당초 시간표보다 늦어졌다. 1·29 대책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경마장과 방첩사의 시설 이전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경마장은 9월까지 이전 대상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일정이 늦어졌다. 방첩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비핵심시설 이전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마장은 이전 대상지를 선정한 뒤에도 부지 매입과 설계, 공사, 준공·이전 절차가 남는다. 이와 동시에 올해 하반기 부지 기본조사, 2027년 상반기 지구지정·보상협의, 2028년 상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진행해 2029년 상반기에는 부지 조성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첫 단계가 늦어진 상황에서 이후 절차를 병행해 최종 착공 시점을 오히려 앞당겨야 하는 셈이다.
성남 여수2·금토2도 2030년이었던 착공 목표를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1·29 당시 정부는 2027년까지 인허가, 2029년까지 보상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지구지정과 지구계획을 통합 추진해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여수2는 국공유지 보상을 조기에 진행하고 금토2는 인접 금토지구의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행정절차를 압축하는 것만으로 전체 사업기간을 계획대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행정절차는 병행 처리를 통해 단축할 수 있지만 세계유산영향평가나 시설 이전은 정부 의지만으로 기간을 줄이기 어렵다"며 "2029년 착공은 모든 변수가 계획대로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목표로 결국 주민과 지자체, 마사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속도가 전체 일정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는 벌써 변수로 떠올랐다. 다음 달 이전 대상지 선정을 앞둔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은 정부가 제시한 일정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일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는 "부지 선정부터 인프라 구축, 안전성 검증까지 정밀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전제돼야 하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선결 조건조차 외면한 채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1·29 대책 이후 진정성 있는 협의나 타당성 검토 없이 속도전만 밀어붙이는 일정 강요는 행정 폭거이자 노동권·생존권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태릉CC 역시 주민 협의가 변수로 꼽힌다. 인근 노원구아파트연합회는 주요 정책 추진에 앞서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원구도 도로망 확장과 지하철 지선 도입, 광역도로 건설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행정절차보다 보상과 시설 이전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구지정 등 행정절차는 정부가 속도를 내면 기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보상이나 시설 이전은 상대방과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단축하기 쉽지 않다"며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기관이나 직원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일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단축된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태릉 CC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당초 2030년이었던 착공 일정을 2029년으로 앞당긴 만큼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천 경마장도 9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이전지를 발표할 예정으로 관계부처 간 협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천시가 교통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교통 개선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