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설영 “가장 위험한 AI 답은 ‘그럴듯한 오답’…판단 책임은 사람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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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방송통신 실무 뒤 40대 비전공자로 AI 전환...약 2800만원 ‘현장실험’…공공기관·기업교육 200회 넘어

▲박설영 이너리드 대표가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 활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설영 이너리드 대표)
“AI가 완전히 틀린 답을 내놓을 때보다 더 위험한 순간은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내놓을 때입니다.”

박설영 이너리드 대표는 1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간의 판단력’을 꼽았다. 완전히 이상한 답은 곧바로 버릴 수 있지만, 문장이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오답은 검증의 문턱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중요한 AI 리터러시는 답을 잘 받는 능력보다 받은 답을 검증하고 선택하는 능력”이라며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판단의 책임까지 AI에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AI를 이야기할 때 거듭 꺼내는 단어는 ‘속도’가 아니라 ‘기준’이다. 그 기준은 새로운 기술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한때 쓸모를 잃을까 두려워했던 17년의 현장 경험에서 나왔다.

△ ‘쓸모 없어질까 두려웠던 17년’이 경쟁력이 되기까지

박 대표는 17년간 방송통신 현장에서 기술과 영업, 마케팅, 고객대응, 조직관리 업무를 경험했다. 40대에 회사를 나와 AI 리터러시 교육자이자 인공지능전환(AX) 컨설턴트로 방향을 틀었다. 개발자도, AI 전공자도 아니었다.

퇴사 뒤 처음 마주한 것도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경력에 대한 의심이었다.

박 대표는 “실패 자체보다 ‘17년 동안 해온 일이 새로운 시대에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장 두려웠다”며 “회사 이름과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무엇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처음 제대로 마주했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새로 등장하는 AI 도구를 따라잡는 데 매달렸다. 박 대표에 따르면 유료 서비스와 교육, 장비·콘텐츠 제작 환경 등에 투자한 비용은 약 2800만원이다.

그는 이 돈을 단순한 사용료가 아닌 ‘실험비’라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무엇이 현장에서 통하고 비전공자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확인하는 비용에 가까웠다”며 “도구를 직접 써보고 실패하면서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AI 앞에서 멈추는 지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환점은 강의실에서 찾아왔다. 40·50대 수강생들이 “강사님도 비전공자였느냐”, “이렇게 설명하니 처음 이해가 된다”고 말하는 순간이 반복됐다. 약점으로 여겼던 비전공자의 배경과 오랜 직장 경험이 기술을 현장의 언어로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공공기관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200회가 넘는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AI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 AI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설명하는 일은 제가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지난 17년을 버리는 일이 아니었다”며 “그 17년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쓰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설영 이너리드 대표(오른쪽)가 2025년 10월 23일 고양 창조혁신캠퍼스에서 열린 ‘경기 AI 청년 커넥트’ 행사에서 김동연 당시 경기도지사로부터 AI 도민강사 위촉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 경기도 AI 도민강사…“교육 성과는 다음 날 다시 AI를 켜느냐에 달려”

박 대표는 2025년 10월 23일 고양창조혁신캠퍼스에서 열린 ‘경기 AI 청년커넥트’ 행사에서 경기도 AI 도민강사 위촉장을 받았다.

경기도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함께 도민 대상 생성형 AI 활용교육과 도민강사 양성을 포함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추진해 왔다. 경기도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이 교육에는 1582명이 참여했다. 전문인력양성과 미래채움교육, 디지털배움터 등을 포함한 AI·디지털 분야 전체 교육 인원은 13만50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꼽는 교육의 성과 지표는 수료 인원이나 익힌 기능의 개수가 아니다. 교육이 끝난 뒤 수강생의 질문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교육 초반에는 “저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느냐”,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다. 특히 4050 이상 비전공자들은 빈 입력창 앞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실제 업무를 가져와 민원 답변 초안을 만들고 보고서를 정리하거나 홍보문을 고쳐보게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했던 결과가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내일에도 쓸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표는 “AI 교육의 성과는 기능을 몇 개 기억했느냐보다 교육이 끝난 다음 날 스스로 다시 AI를 켜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AI 교육도 ‘챗GPT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시민이 자신의 일과 생활에서 실제 문제 하나를 직접 해결해 보는 작은 성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으로의 AI 격차도 단순히 기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문제에 AI를 적용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더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AI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보다 ‘나도 사용할 수 있다’는 첫 경험”이라고 말했다.

△ 4050의 경험, 낡은 이력 아닌 ‘판단 자산’

박 대표가 AI 시대의 자산으로 주목하는 것은 4050세대가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축적한 ‘암묵지’다.

고객이 어떤 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보고서를 어느 수준까지 만들어야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지, 조직의 업무가 어디에서 반복적으로 막히는지 등은 매뉴얼만 읽어서는 얻기 어렵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형성된 판단 기준이다.

AI는 문장을 만들고 정보를 정리하는 속도에서는 빠르지만 특정 고객이 왜 망설이는지, 조직에서 일이 왜 막히는지, 어떤 제안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지까지 저절로 알지는 못한다.

박 대표는 “그 빈자리를 현장 경험이 채운다”며 “4050의 경쟁력은 AI보다 더 빨리 답하는 데 있지 않고, AI가 내놓은 답 가운데 무엇이 현실에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알아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때문에 당신의 20년 경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경력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꺼내는 법을 아직 배우지 않았을 뿐”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질문과 기준으로 바꿀 수 있다면 오랜 경력은 AI 시대에 오히려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프롬프트를 고치기 전, 자신의 문제부터 묻다

박 대표가 최근 펴낸 '이너프롬프트'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이너프롬프트’는 AI에 입력하는 정교한 명령문 하나를 뜻하지 않는다. AI에 질문하기 전에 자신의 경험과 목표, 맥락, 판단 기준을 먼저 꺼내는 사고 과정에 가깝다.

박 대표 역시 처음에는 인터넷에 공유된 유명 프롬프트를 복사하거나 “당신은 세계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같은 문장을 길게 쓰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럴듯해도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롬프트에는 그 사람의 업무와 목표, 조건이 담겨 있을 뿐 자신의 문제와 경험은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AI에 무엇이라고 말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해결하려는가’, ‘왜 이것이 문제인가’, ‘누구를 위한 결과인가’, ‘내 경험상 무엇이 중요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에서는 이렇게 꺼낸 생각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하는 기본 골격으로 RMS를 제시한다. 역할(Role), 임무(Mission), 구체적 조건(Specifics)의 머리글자다.

가령 “AI 강의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그치지 않고 AI의 역할을 ‘비전공 성인교육을 설계하는 실무형 교육기획자’로 정한다. 임무는 ‘생성형 AI를 처음 접하는 50대 공무원이 두 시간 뒤 실제 업무에 한 가지 이상 적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구체화한다. 여기에 ‘이론 30% 이하, 실습 70% 이상, 어려운 기술용어 최소화’ 등의 조건을 붙이는 방식이다.

다만 구조 자체보다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RMS는 마법의 공식이 아니라 그릇”이라며 “200회가 넘는 강의를 통해 파악한 ‘50대 초보자가 어디에서 막히는가’와 같은 경험이 담겨야 비로소 자신만의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프롬프트 문장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경험과 판단 기준의 구체성이라는 설명이다.

△ AI가 만든 선택지,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검증과 책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문장이 자연스럽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과 숫자, 출처가 포함된 답은 원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개인정보나 기관 내부 자료를 입력하기 전에는 외부 AI에 제공해도 되는 정보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 이미지와 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인 만큼 저작권과 초상권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의료와 법률, 금융, 행정처럼 잘못된 정보가 미치는 피해가 큰 분야에서는 AI를 최종 판단자가 아닌 초안 작성과 검토를 돕는 보조자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AI는 선택지를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무엇을 믿고 버릴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 회사 안에서만 통한다고 여겼던 17년의 경험은 강의의 사례가 됐고, 콘텐츠와 컨설팅의 기준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에게 AI는 경력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의 쓰임을 다시 설계하는 도구인 셈이다.

그가 이너리드를 통해 만들고 싶은 것도 결국 ‘선택권’이다. 기술에 익숙한 일부만 AI의 혜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40~60대 비전문가와 직장인, 소상공인, 공공기관 실무자들도 AI를 활용해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새로운 가치로 바꾸도록 돕는 것이다.

박 대표는 “늦었다는 것과 처음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며 “처음이라 서툴 수는 있지만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전부 배우고 시작하려 하지 말고 오늘 자신의 문제 하나를 가지고 직접 써봐야 한다”며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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